청년작가 김하현(마르첼리나)씨가 일러스트로 가톨릭 성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2년 전 공모전 당선 때만 해도
성미술 일러스트는 큰 도전
어르신들 호응에 작업 확장
“마르첼리나라는 세례명이 흔하지 않아서 정보를 얻기도 힘들고 관련 성물도 없어서 예전부터 좀 섭섭하더라고요. ‘나 같은 분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성인에 대해 공부하면서 일러스트로 작업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는 본 적 없는 알폰스 무하풍의 성인들이 김하현(마르첼리나, 33) 작가의 손에서 빚어졌다. 그림체는 물론이고, 불과 2년 전이건만 성미술을 일러스트로 담아내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그때 갤러리 1898에서 일러스트 전시를 한 게 처음이었대요. 그래서 많이 걱정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서는 용기를 얻었어요. 성인분들의 표정이 온화하다며 어르신들도 좋아해 주셨거든요. 그런 호응을 보고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의 발판을 마련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22년 갤러리 1898이 주최하는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에 당선된 이후 꾸준히 가톨릭 성인화 작업을 해 온 그는 어느덧 일러스트 전시도 익숙해진 갤러리 1898에서 다시 한 번 작품을 선보인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는 제목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다 세례까지 받은 송경흡(니콜라스) 작가와 함께 40여 명의 성인을 각각 일러스트와 도자기로 담아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성미술 청년작가로 당선되기 전에도 방송과 출판 분야에서 삽화를 그렸다. 「여우 마리노의 크리스마스이브」, 「여우 마리노의 성모님께 꽃을」 등을 접했던 독자라면 ‘HYUN HO’라는 필명을 기억할 것이다.
김하현·송경흡 2인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포스터.
“유아세례 받고 줄곧 성당이 제2의 집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주일학교 교사도 했는데, 그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우 마리노’를 작업하게 됐거든요. 정말 고마운 게 그 아이들이 커서 본당에서 선생님도 하고 있어요."(웃음)
그녀는 서울가톨릭청년미술가회(담당 지영현 신부) 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단체는 매년 정기전을 여는가 하면 성미술 발전과 협업·친목 등을 도모하고 있다. 성미술에 관심 있는 청년작가들에게 여러 면에서 본보기가 되는 동시에 길을 열어가며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홈페이지 ‘CPBC 플러스’에 세례명 추천기인 ‘모두의 세례명’을 작업 중이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때 배포할 영문 기도문이 적힌 엽서의 디자인도 작업했어요. 젊은 신부님들이 몇 번 작품을 의뢰하신 적도 있지만, 솔직히 커리어 면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스스로도 이걸 발판으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요. 그래서 본업이 따로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균형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반면 신앙과 일이 겹치다 보니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애매할 때가 있어요. 저작권이나 비용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서로 생각하는 예산이 너무 다를 때도 있거든요. 봉헌하는 마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생계형 작가들도 있으니까 합당한 보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사랑의 힘도 강조했다. 지금처럼 바쁘고 경험하고 누릴 것이 많은 세상에서도 청년들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사랑’이라고.
“진짜 사랑인 것 같아요. 성인 일러스트를 작업하면서도 이분들은 어떻게 하느님을 사랑하게 됐는지 경이롭더라고요. 대체 무슨 힘으로 그렇게 굳게 믿고 순교까지 할 수 있는지. 다른 작가분들도 바쁜 와중에 복음을 선포하려는 열정 자체가 정말 대단하거든요. 지칠 때는 조금 쉬더라도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모두에게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지난 2년간 한층 성숙해진 그녀의 작품은 21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1898 제2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제3전시실에서는 올해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에 당선된 김민정(다니엘라)·김현진(클라라)·홍눈솔(잔다르크)의 3인전 ‘알게 뭐야, 지금 내가 행복한데!’도 만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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