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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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알렐루야? 할렐루야?

참 빛 사랑 2024. 8. 22. 17:17
 


모차르트의 성악 작품은 발랄함과 우아함을 항상 구비한다. 모든 작곡가 중 가장 완벽한 작곡가를 꼽는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모차르트를 지명할 것이다. 완벽한 구조·극치에 달한 대위법·기품 있고 편안한 선율. 작곡가들에게 모차르트는 넘을 수 없는 벽이자 이상향 같은 존재다.

영화에도 수없이 삽입되었지만 특히 1938년에 제작된 ‘오케스트라의 소녀(원제 One Hundred Men And A Girl)’는 전설적인 지휘자 스토코프스키가 직접 출연한 영화다. 100명의 실업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패트리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지휘자를 직접 찾아가 지휘를 부탁하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한 패트리샤가 오케스트라의 연습에 몰래 들어가 모차르트의 ‘알렐루야(Alleluia)’를 노래하는 장면이다.

https://youtu.be/wSo88XUMZZ8?si=6qjLa2qK12SgyCp6

알렐루야는 찬양을 뜻하는 ‘알렐’에 명령을 뜻하는 ‘-u’가 붙어서 ‘찬양하라’가 되었고, 여기에 목적어로 ‘a’가 붙음으로써 ‘하느님을 찬양하라’는 뜻이 되었다. 그렇다면 ‘할렐루야(halleluyah)’는 틀린 표현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이 두 단어는 일반적으로 같이 쓰이는데, 구약을 기록한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로 기록된 신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신약은 아람어로 쓰인 부분도 많은데 아람어는 거의 사라진 언어에 가깝다.)

 
영화 ‘오케스트라의 소녀(원제 One Hundred Men And A Girl)’ 포스터.


고대 그리스어에는 히브리어인 할렐루야에 쓰인 강한 ''h'' 발음이 없다. 가톨릭은 알렐루야로 쓰고 개신교는 할렐루야로 쓴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국 천주교주교회의가 공식 번역한 ‘성경’의 구약에서는 원래 히브리어대로 ‘할렐루야’라고 표기하며, 전례서는 전례언어인 라틴어 표준판에서 번역되기 때문에 ‘알렐루야’를 쓰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리스어를 전례언어로 채택하는 정교회에서는 ‘알릴루이야’로 표기하고 있다.

‘할렐루야’로 작곡된 가장 유명한 작품은 헨델의 ‘메시아’다. 작곡가 자신도 이 부분을 쓸 때 눈물을 흘렸다고 하고 첫 공연 때 영국 국왕 조지 2세가 ‘할렐루야’의 합창이 시작되자 갑자기 기립해서 관객들도 전부 기립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후 메시아 공연 때 이 부분에서 기립하는 것이 전통이 됐다. 헨델도 다른 작품에서는 할렐루야 대신 알렐루야를 쓰기도 하였다. 이런 사실을 보면 혼용해서 쓰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https://youtu.be/22fsUQnOWDE?si=P0ed8WNMrJqHMWU_


현대 작품 중에서는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1934~2016)이 부르는 ‘할렐루야’가 유명하다. 가스펠적이면서도 블루스의 짙은 호소감이 잘 버무려진 명곡이다.

https://youtu.be/YrLk4vdY28Q?si=P7ws6oovOyxQd58N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