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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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복음

[생활속의 복음] 삼위일체 대축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사랑의 신비

참 빛 사랑 2022. 6. 11. 11:15

 
 



“하느님께서 성부, 성자, 성령 세 위격으로 존재하시지만, 그 본성으로는 하나로 일치하고 계신다”는 ‘삼위일체’ 교리는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지만, ‘서로 다르면서 동시에 같다’는 그 심오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워 ‘신비’라고 부릅니다. 위대한 교부인 아우구스티노 성인조차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인간의 머리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규정할 정도이지요. 매년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이 되면 사제도 신자도 참 난감해집니다. 사제는 그 신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고, 신자는 알쏭달쏭한 그 말이 뭔 뜻인지를 몰라 난감합니다.

‘삼위일체’라는 개념은 ‘세 분이신 하느님이 오묘하게 하나로 계신다’는 식으로 이해하려 들지 말아야 합니다. 세 위격이 ‘어떻게’ 일치하고 계시는지 그 원리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려 들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원리’가 아니라 ‘이유’에, ‘결과’가 아니라 ‘마음’에 집중해야만,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가린 무지의 장막을 걷어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버지’, ‘아들 예수 그리스도’, ‘성령’ 이렇게 세 분으로 계시는 것은 우리를 더 다양하고 적합한 방식으로, 보다 깊고 완전하게 사랑하시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좋은’ 모습으로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일은 성부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죄로 인해 하느님과 멀어진 우리를,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가장 큰 사랑으로 구원하시고 성체로 양육하시는 일은 성자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도록 진리의 빛으로 이끌어주시고 보호하시는 일은 성령께서 하고 계십니다. 이렇듯 성부 성자 성령께서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함께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를 그 깊고 충만한 사랑의 관계 안으로 초대하십니다.

우리는 그 초대에 응답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귀감으로 삼아, 성령의 이끄심에 따름으로써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안에서 삼위이신 하느님이 사랑의 일치를 이루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그 사랑의 친교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사랑의 친교는 기본적으로 일치를 지향합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무시와 묵살의 일치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친밀한 사랑의 관계 안에서 양보와 희생, 배려와 이해를 통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의 뜻으로 모아가는 부부처럼 ‘일심동체’를 이뤄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면 마음이 하나가 되고, 마음이 하나가 되면 서로 다른 너와 내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며 기쁘고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지요. 이처럼 우리도 우리를 위해 사랑으로 하나 되신 하느님과 마음으로 일치를 이루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마음과 뜻을 적극적으로 헤아리며, 사랑 안에서 내 뜻이 그분 뜻과 하나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과 함께하는 ‘기쁨의 삶’이 시작되지요.

삼위일체 교리를 ‘신비’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해도 삶으로 살아내자는 뜻입니다. 우리는 ‘인체의 신비’를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 호흡, 소화, 맥박 같은 항상성의 유지가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신비는 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비를 머리로 이해하지 못해도, 나의 노력과 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내 삶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겁니다. ‘사랑의 신비’인 삼위일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 신비의 심오한 의미를 다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가 드리는 기도 안에서, 신앙생활 안에서, 삼위일체 하느님이 살아 움직이시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기도하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성령께서는 기도하도록 이끌어 주시는 분으로, 성자는 기도하는 법을 알려주시며 중재하시는 분으로, 성부는 기도를 들으시며 응답해 주시는 분으로서 우리 안에서 활동하십니다. 그렇게 사랑의 신비가 내 삶 속에서 실현되면 아버지께서 베푸시는 좋은 것들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