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들은 성장하면서 ‘분리불안’을 경험합니다. 어떤 아기들은 엄마가 제 눈앞에 없으면 자기를 떠나버렸다고 생각해 엄청난 상실감과 불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잠시 안 보였던 엄마가 다시 나타나 안정적으로 그 사랑 안에 머무르는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엄마가 반드시 돌아와 자기를 사랑해주리라는 깊은 신뢰를 갖게 됩니다. ‘분리불안’을 잘 극복해야 아기는 엄마가 없는 일상에서도 불안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자기가 할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당신이 곁에 없는 상황에서 ‘분리불안’에 빠지지 않고, 흔들림 없이 담대하게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설명하십니다. 당신이 적대자들에 의해 고난을 겪고 돌아가시겠지만, 힘이 없어 무력하게 죽임을 당하시는 게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하느님 말씀이,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아버지의 계획이 이루어지게 하도록 스스로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시는 것임을 밝히십니다. 아버지께서는 당신께 순명한 아들을 죽음에서 일으키시어 부활시키실 것이고, 그런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세상의 죄’를 없애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이 실현될 테니, 사람들이 그 소중한 구원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회개하여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여 준비시키라는 중대한 사명을 맡기십니다.
하지만 제자들에게는 맡겨진 사명보다, 당장 예수님과 이별해야 하는 슬픔이 더 커 보입니다. 그들은 하늘 위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큰 슬픔과 아쉬움, 막막함과 두려움 속에서 주님의 모습을 쫓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겁니다.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곁을 영영 떠나버리신 게 아닙니다. 그분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종말의 때가 되면 돌아오시어 우리를 사랑으로 감싸주실 것입니다. 어머니가 자녀들과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여러 방법으로 그들을 사랑하시고 보살피시듯, 주님께서도 보호자 성령을 보내시어 언제나 우리와 함께 머무르시며 우리를 사랑하시고 보살펴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그저 언젠가 구원받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에 사로잡혀 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다시 오실 주님과 함께 하늘나라의 삶을 기쁘게 누리고 싶다면, 지금 여기에서 하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의 승천을 목격한 제자들은 그분과의 슬픈 이별에도 충만한 기쁨 속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습니다. 구원에 대한 희망이 그들 마음속에 기쁨이라는 불길을 일으켰기에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하늘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내 마음속에도 그런 희망과 기쁨이 있는지요? 이 세상에 계시는 동안 줄곧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바라보고 사시다가 결국 하늘에 올라 그분과 하나가 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주님을 바라보고 살면 언젠가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복을 누리게 될 것을 희망하고 있는지요? 하늘과 맞닿은 이 세상 어디서나 섬김을 실천하는 사람들 안에 예수님은 살아계십니다. 자기를 과시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이들 안에 예수님은 살아계십니다. 실패의 아픔에도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 사랑의 섭리에 기대어 다시금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 안에 예수님은 살아계십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예수님이 내 안에 살아계시게 하는 것이 부활입니다. 서로의 모습 속에 새겨진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승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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