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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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미술(종합)

[호기심으로 읽는 성미술] (13) 주님 부활 (상).

참 빛 사랑 2018. 4. 20. 21:55


그리스도인 무덤에는 ‘부활의 희망’이 잠들어 있다




부활과 구원 상징하는 그림 조각 장식

그리스도교 미술은 신자들의 무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대 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죽은 이의 무덤과 석관에 부활과 구원을 상징하는 그림과 조각으로 장식하였습니다. 주님께서 무덤의 주인을 저승에서 건져내시어 하느님 나라로 데려가 주실 것이라는 염원으로 꾸민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미술은 ‘죽음’을 주제로 한 이교도의 무덤 장식과는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죽은 이들이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그리스도교 미술은 언제나 희망적이고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무덤에는 말씀의 육화를 보여주는 ‘주님 탄생’과 ‘주님 공현’(동방 박사의 경배) 그리고 구원의 표징인 ‘주님 부활’의 도상(圖像)이 장식되었습니다.

그러나 주님 부활의 도상은 주님 탄생과 공현을 비롯한 다른 성미술 작품과 온전히 구별되었습니다. 주로 그 모습은 ‘판토크라토르’ 즉 존엄하시고 전능하신 왕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주님 부활의 결과가 인간의 구원과 하느님의 영원한 통치를 가져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복음서 내용에 따라 주님 부활 묘사

복음서에 나오는 주님 부활 장면처럼 빈 무덤 앞에서 천사가 여인에게 주님의 부활을 알리는 모습을 묘사한 성미술 작품은 서기 200~230년께 지중해 연안 팔레스티나와 시리아 지역에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이 시리아풍의 영향을 받은 가장 오래된 도상은 이탈리아 라벤나 산타폴리나레 누오보 성당(Basilica di Sant’Apollinare Nuovo)의 ‘주님 부활’ 모자이크화입니다.

이 시기 그리스도인들이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나 타치아노 같은 르네상스 화가들처럼 주님의 부활을 직접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주님 부활의 시점과 그 상황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2~13세기 고딕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주님 부활 도상은 주님 부활 순간을 절대 그리지 않고 오로지 복음서 내용에 따라 부활 전후로 일어난 사건만을 묘사하였습니다.

주님이 누워 계셨던 곳을 보아라

6세기 중반 작품인 이 모자이크를 보면 주님의 빈 무덤을 중심으로 좌우 양편에 천사와 여인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이러한 도상을 전통적으로 ‘주님이 누워 계셨던 곳을 보아라’(마태 28,6)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주님의 무덤은 바위를 깎아 만든 유다인의 전통 양식이 아니라 로마풍의 무덤을 보여줍니다. 로마에 있는 판테온과 천사의 성을 보듯 대리석으로 만든 둥근 신전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무덤 입구는 주님의 부활을 암시하듯 열려 있습니다. 천사가 주님께서 무덤에서 나오실 수 있도록 입구를 열어 놓은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이미 부활하셨다는 증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입니다.

주님의 빈 무덤 왼편에는 눈처럼 하얀 긴 겉옷을 입은 천사가 돌 위에 앉아 있습니다. 젊은이(마르 16,5)의 모습을 한 천사는 번개같이(마태 28,3) 빛나는 위엄있는 자태로 양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또 오른손으로 주님의 빈 무덤을 가리키고 있으며, 왼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있습니다. 천사의 펴진 오른손 세 손가락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구부러진 두 손가락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나타냅니다. 또 지팡이는 ‘하느님의 권능’을 상징합니다. 천사의 얼굴 뒤로 빛나는 붉은 후광은 ‘본성상 만질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냅니다. 또 펼쳐진 날개는 그가 막 하늘나라에서 도착했음을 알려줍니다. 빛나는 흰옷은 ‘성령의 은총과 선물 그리고 인간적 친교’를 뜻합니다.

주님의 빈 무덤 오른편에는 두 여인이 있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루카복음은 이 두 여인 외에도 요안나가 함께 했다고 합니다.(루카 24,10) 두 여인은 주님의 무덤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천사에게 “누가 저의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요한 20,13)고 울먹이며 묻습니다. 이에 천사는 “와서 그분께서 누워 계셨던 곳을 보아라”(마태 28,6) 하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이 여인들은 ‘생명의 말씀’을 가장 먼저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것은 “그분께서 되살아나셨다”(마태 28,7)는 부활의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두 여인은 이 소식을 달려가 사도들에게 알림으로써 복음의 첫 선포자가 되었습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