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의 절정인 성주간입니다. 예수님의 죽음보다 깊은 사랑, 그 사랑을 관상하는 때입니다. 주님과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십자가의 신비를 깨닫는 정도가 다르겠지요.
그래서 주님과 나의 관계를 비추어 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성경을 통해 성령께서 일러주시는 대로 바라볼 수도 있고, 책을 통해 도움 받을 수도 있습니다. 김선태 주교님이 번역하신 「예수 수난, 그 여정의 인물들」을 권합니다. 이 책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카야파 대사제, 베타니아의 마리아, 빌라도 총독, 베드로, 유다 이스카리옷, 마리아 막달레나,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키레네 사람 시몬, 이방인 백인 대장, 어머니 마리아, 사랑하는 제자, 조롱하는 군사들, 바라빠, 무덤 경비병 등 십자가의 여정에 함께 한 이들 중엔 이름이 기록된 경우도 있고, 무명인 경우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이 예수님 주변에 있었을 겁니다.
빌라도처럼 정치권에 있는 이들은 기존 체제 유지와 권력 구조에 관심이 있었을 것이고 종교지도자들은 하느님과 율법에 대한 열정에 대해, 또 어떤 이들은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예수님의 죽음에 적극적으로 찬동했겠죠.
예수님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분과 깊은 친교를 맺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기존 관념을 바꾸기 위해선 고통을 감수해야겠죠. 유다는 예수님과 함께하면서도 메시아에 대한 자신의 선입관과 기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신을 친구라 부르신 스승을 넘겨주고 말죠.
우리 안에도 이유는 다르지만, 예수님을 배반한 역사가 있을 겁니다. 지원기 때 성경의 인물들을 묵상하고 자매들과 나누면서 믿음의 지평을 넓혔던 기억이 납니다. 제비뽑기를 해서 인물을 정했는데 그 묵상과 나눔을 통해 주님과 더 깊이 만날 수 있었지요.
열두 제자를 비롯해 성경의 인물들이 예수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바오로딸 홈지기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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