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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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공연전시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15) 우리들 & 무용수의 휴식.

참 빛 사랑 2018. 3. 22. 22:27


세상 무대에 서툰 우리들 이야기


▲ 영화 '우리들' 포스터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조카의 첫 등교를 따라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린 아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대견하다. 하지만 작은 어깨 위에 걸쳐진 큰 가방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이 찡하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상처받지 않기를 …. 어느 날에는 무대 뒤에서 자신을 돌보는 법도 배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선이와 지아를 중심으로 학급 안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를 조명했다. 어느 여름날, 방학식에서 선이는 전학 온 지아를 처음 만난다. 선이는 지아에게 학교를 안내해준다. 지아는 이 학교에서 제일 먼저 알게 된 친구 선이가 고맙다. 할머니 집으로 이사 온 부유한 집 딸인 지아는 왕따인 선이와 우정을 쌓는다. 사실 지아 또한 이전 학교에서 왕따였다.

   
 


2학기 개학 첫날, 지아는 반 친구들에게 엄마가 영국에 있고 자신도 영국에서 살다 왔다고 자기 소개를 한다.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패거리를 만든 보라는 지아가 촌뜨기 선이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싫었다. 지아도 학급 분위기를 알고 선이를 멀리한다. 영화에서 아이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로 피구가 나온다. 직사각형을 반으로 나눠 마주 보이는 상대편을 공으로 맞추는 피구. 왕따는 피구 게임에서도 아이들의 표적이 되었다.

 

여름방학 동안 서로의 비밀을 공유했던 선이와 지아. 둘 사이가 틀어지면서 누구보다 서로의 약점을 잘 아는 적이 된다. 지아는 보라 패거리와 함께 선이의 아버지가 술주정뱅이라고 비웃고, 선이는 지아가 영국에 한 번도 다녀온 적이 없는 거짓말쟁이라고 폭로한다. 비단결처럼 여린 아이들의 마음에 서로 생채기를 내는 과정이 안타까웠다.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는 3개월 내내 아역 배우들이 함께 지내도록 배려했고, 새로운 극중 상황마다 ‘너라면 어땠을까?’를 물어보며 촬영을 진행했다.

 

이러한 감독의 노력은 치밀한 짜임새와 아역 배우들의 투명하고 담백한 연기를 통해 영화에 곱게 물들었다. 중국 현대 공필화의 대가 허자잉의 작품과 무척이나 닮았다. 공필화는 전통 회화 재료를 이용하여 비단이나 한지 위에 세밀하고 정교하게 아주 천천히 공을 들여 그린다. 그의 그림은 서정적인 주제를 투명하게 드러낸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필화의 정교한 붓질에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 무용수의 휴식.



 


허자잉은 ‘무용수의 휴식’이란 그림에서 무용수의 실제 삶은 무대 뒤에 있다고 말한다. 그림의 구상을 위해 무용 연습실을 찾은 그는 모든 무용수가 자신의 휴대용 바느질함을 가지고 다니는데 주목한다. 가장 중요한 위치에 찢어진 토슈즈를 꿰매는 모습을 넣었다. 오른편 무용수의 얼굴에는 기진맥진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발은 여전히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휴식시간마저도 무의식적으로 연습하는 무용수를 통해 그들의 진면목을 보여주고자 했다.

 

무대에 오르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무대를 준비하다 보면 토슈즈가 터지고 몸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다. 나는 희망한다. 학교가 우리의 터진 곳을 꿰매고 돌보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 되기를.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나 상처 하나쯤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