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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종합

[마산교구장 착좌] 2년 반 기다림 끝에 오신 새 교구장님 ‘억수로 환영합니데이’

참 빛 사랑 2025. 2. 23. 14:24
 
이성효 주교가 12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거행된 착좌 미사에서 마산교구장으로서 첫 강복을 하고 있다.


전임 교구장 배기현 주교의 퇴임 후 2년 반. 긴 기다림 끝에 마산교구를 이끌 새 목자가 탄생했다. 12일 제6대 마산교구장 이성효 주교의 착좌식이 거행된 경남 창원컨벤션센터는 전국에서 찾아온 신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강추위도 오랜 기다림 끝에 새 목자를 맞이한 교구민과 신자들의 발걸음을 막을 순 없었다. 모두의 표정에 활기가 넘쳤고, 교구가 마련한 4000여 석은 금세 가득 찼다.

이성효 주교는 착좌 미사 강론에서 “마산교구로 오면서 세 가지 보물, 감사·겸손·기도의 보화를 가지고 왔다”며 “이곳에서 사목을 펼치며 어려움이 있을 때 이 보화를 꺼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모 마리아와 마산교구의 순교 복자에게 전구를 청하며 내년 설립 60주년을 맞는 마산교구가 믿음 속에 희망과 사랑을 기도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청했다. 새 목자를 맞이한 마산교구민들은 이 주교의 주교 문장 속 사목표어 ‘그리스도와 함께 믿음·희망·사랑’을 되새기며 “착한 목자는 착한 양이 만든다”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가르침을 따라 신앙생활에 임할 것을 다짐했다.



“억수로, 항그시, 맞지예?”

이 주교는 1957년 7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마산교구 출신’이다. 학창시절부터 사제·주교로서의 삶 대부분을 수원에서 보냈지만, 그는 연신 고향 방언을 섞어 말하면서 교구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고자 노력했다. 교구민과 함께 걷는 시노드 정신을 실천하는 사목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주교는 이날 “고향에 돌아와 마음껏 경상도 사투리를 쓸 수 있게 됐다”며 교구민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모습을 내비쳤다. 이 주교가 “마산교구로 내려오면서 그동안 들었던 익숙한 억양을 접하고 똑같이 말해볼끼라(해보고자) 기를 쓰고 있는데 택(턱)도 없이 부족하다”면서 “‘억수로’, ‘항그시’, ‘맞지예?’”라고 하자 교구 신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수와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 주교는 “교구민과 함께 걷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 같은 이 주교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은 착좌식 중 교구 사제단이 노래한 축가 때였다. 이날 교구 사제단은 새 교구장 착좌를 축하하며 가톨릭 성가 ‘하나 되게 하소서’를 합창하며 이 주교를 환영했다. 이를 듣고 있던 이 주교는 제단에서 내려와 사제들과 축가를 합창하며 성가처럼 모두가 하나가 된 시작을 선보였다.

 
이성효 주교가 12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거행된 착좌 미사에서 교구 사제단과 축가를 합창하고 있다.
 
이성효 주교의 마산교구장 착좌 축하연에서 주교단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염수정 추기경, 오스트리아 그라츠-섹카우교구장 그라우트바슐 주교, 이성효 주교, 주한 교황대사 가스파리 대주교, 제4대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
 
한국 교회 주교단이 12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거행된 이성효 주교의 마산교구장 착좌 미사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주교님 어서 오이소!”, "주교님, 감사했습니다!"···기쁨·아쉬움 교차한 착좌식

이날 착좌식이 거행된 창원컨벤션센터는 새 주교를 맞은 마산교구민의 기쁨과 목자를 떠나보낸 수원교구민의 아쉬움이 교차했다.

새 목자를 맞이한 마산교구민들은 이 주교를 위해 미사 및 영성체 7만 3747회, 묵주기도 90만 5490단, 성체조배 4만 3039회, 희생 5만 5536회, 새 교구장을 위한 기도 22만 1862회를 봉헌하며 미사와 기도로 새 교구장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 주교를 맞이하기 위해 이날 봉사를 자원한 이정자(루실라, 마산교구 덕산동본당)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언제 새 교구장 주교님이 오시는지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지 못했는데, 이젠 당당히 우리에게도 교구장님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며 “벌써 든든한 기분이 든다”고 기뻐했다. 이정호(요셉, 마산교구 사파동본당)씨는 “주교님의 교구장 임명 소식을 듣고 교우들과 함께 항상 건강하시고 교구민 모두를 따뜻하게 보살펴주시는 목자가 되시길 매일같이 기도했다”고 말했다.

교구 젊은이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아린(유스티나, 고교 2학년, 마산교구 삼계본당)양은 “제가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교구장님을 맞고, 직접 뵙게 됐다”며 “우리 청소년들도 새로운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주교님 말씀을 어떻게 따라야 할지 고민할 테니, 주교님께서도 청소년·청년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기도했다.

수원교구 신자들은 14년간 함께한 목자를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전하면서도 기도를 아끼지 않았다. 수원교구 하상신학원에서 이 주교를 사사했다는 김애경(마리 율리안나, 수원교구 매탄동본당)씨는 “주교님은 속이 깊고 정이 많으셔서 많은 학생이 존경하고 따랐다”며 “그 정을 마산교구를 위해 더 많이 써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상신학원 14기 대표 신용생(스테파노, 수원교구 기산본당)씨는 “주교님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을 되새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우리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셨던 모습 그대로 마산교구에서도 양들을 잘 보살피시는 훌륭한 목자가 되시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호계동본당 신자들이 12일 착좌 미사 후 플래카드를 들고 이 주교의 착좌를 축하하고 있다.
 
12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거행된 이성효 주교의 마산교구장 착좌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새 교구장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


“시노드 정신 실천하는 사목자 되시길”

이 주교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 주교가 모두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주님의 일꾼이 되길 바랐다. 이 주교의 둘째 형 이경효(다니엘)씨는 “주교님께서 어렸을 때 수원으로 왔기에 다시 귀향하시게 되어 고향의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앞섰지만, 하느님 부르심에 망설임 없이 순명하는 주교님 모습을 보게 돼 걱정이 싹 사라졌다”며 “내년 마산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주님께서 주교님을 도구로 쓰시어 교구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기를 곁에서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이 주교의 6촌 형인 이정효(대구대교구 월성본당 주임) 신부는 “이 주교님의 장점은 경청과 이를 바탕으로 한 친화력에 있다”며 “항상 일을 찾아서 할 정도로 열성적인 이 주교님이라면 교구 사제단·평신도의 화합·일치를 바탕으로 교구에 획기적인 발전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주교의 사제수품 동기 서북원(수원 상현동본당 주임) 신부는 “이 주교님은 14년간 수원교구 보좌 주교로 사목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고, 이 경험은 마산교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사제단·평신도들과 소통하며 시노드 정신을 함께 실천하는 교회를 향해 걸어가는 주교님이 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주교의 착좌를 축하하는 데에는 국경도, 국적도 없었다.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대표해 마산교구 내 필리핀·동티모르 공동체에서도 이날 착좌식에 함께한 것이다. 필리핀·동티모르 공동체 대표들은 이 주교의 착좌를 축하하며 마산 필리핀 공동체의 주보 성인인 로렌조 루이스 성인의 성상과 동티모르 전통 의상 ‘타이스’를 각각 선물했다.

 
이성효 주교가 12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거행된 착좌 미사를 마치고 열린 축하연에서 착좌를 축하하기 위해 독일에서 온 요하킴 신부와 포옹하고 있다.


또 마산교구와 50년간 자매 교구로 지내온 오스트리아 그라츠-섹카우교구장 빌헬름 그라우트바슐 주교와 독일 트리어대에서 이 주교와 같이 수학했던 40년 지기 귀도 라헬·요아킴 파이 신부 등이 방한해 이 주교의 교구장 착좌를 축하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