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해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우리 수녀회 「총회비전」 중 초등교육에 환경 분야 결의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고심하였다. 또 이를 유네스코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와 기후위기와 연결해 목표와 실행방안을 담은 교육활동을 계획해야 했다. 초등교육인 만큼 이론보다 실천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의식을 내면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그 출발은 바로 흥미를 끌만 한 활동 제목이었다.
자랑하자면 우리 학교엔 세련된 작명가가 있다. ‘그래도, 나라도, 뭐라도’. 이 제목 아래 어린이들은 ‘용기(勇氣) 내어 용기(容器) 내기’를 실천한다. 배달 대신 집에서 준비한 반찬통에 닭튀김과 떡볶이를 담아 달라고 하고, 부모에게 일회용컵 대신 개인 물통 사용을 제안하기도 한다. 패들렛(온라인 학습 플랫폼)에 자신의 활동사진과 소감을 남긴다. 같은 가치를 가진 어린이들이 활동을 공유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동기가 강화된다.
최근엔 영화관을 빌려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관람했다. 상영 후 영화감독과 만나 대화의 시간도 갖고 사진도 찍었다. 어린이들은 패들렛에 사진과 소감, 추수활동들을 남겼는데 갯벌에 대한 어린이들의 깊고 다양한 표현에 놀라고 뭉클하고 감동했다. 창의적 통합을 보여주는 3학년 학생의 소감을 짧게 소개한다.
“나는 ‘수라’를 보며 여러 생각을 했는데 ‘수라의 모든 소리를 조합하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여러 새소리, 바람 소리, 간척되기 전 물소리⋯ 나는 이 모든 소리를 악기로 표현하여 ‘수라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관현악곡을 작곡할 것이다.”
‘변화를 위한 통합교육’이란 노틀담 교육원리는 이 시대 사람과 자연, 유형무형의 자원들이 창의적으로 연결돼 사람과 생명을 위한 열매를 만들어내는 것을 교육에 담는 것이다. 하느님 창조물에 감탄하고 감사하는 인성을 갖춘 어린이가 우리 비전이다. 좋은 열매를 내는 나무로 성장하기 위해선 단편적이고 이기적인 통합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진정성 있는 통합임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어린이들에게서 오늘도 예수님 얼굴을 찾는다.
박원희 수녀(노틀담 수녀회, 인천 박문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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