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2일 소행성 지상충돌 최종 경보 시스템 아틀라스(ATLAS : 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가 갑자기 나타난 혜성 하나를 관측했다. 그해 1월 9일 중국 쯔진산 천문대에서 먼저 발견되어 이 혜성의 이름은 ‘C/2023 A3 쯔진산-아틀라스’로 명명되었는데, 초당 70㎞ 속도로 지구에 근접해 올해 10월 12일부터 말일까지 일몰 후 서쪽 하늘에서 관측된다. 혜성은 얼음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핵·가스와 먼지로 된 꼬리를 가진 천체로, 태양계 바깥쪽인 오르트 구름에서 생성된다. 이 혜성의 공전 주기는 무려 8만 660년으로 아마도 구석기인들이 밤하늘에서 먼저 목격했을 것이다.
아틀라스(ATLAS)는 우주에서 온 천체에 의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이를 알리고 미리 대피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만들어진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도 이러한 위험 천체들을 추적, 감시하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혜성·소행성·운석 등 천체는 지구 생명체에게 대규모 피해를 줄 수 있는데, 현재 이런 가능성이 있는 것만 2200여 개나 된다.
6500만 년 전 지구를 지배하던 대형 파충류인 공룡의 멸종은 히로시마 원폭보다 100만 배 이상의 위력을 가진 지름 10㎞ 정도의 운석 충돌 때문이라는 학설이 유력하며, 지질시대 동안 지구에는 다섯 번의 생물 대멸종 시기가 있었다. 1910년에 독가스 성분의 꼬리를 가진 핼리혜성이 지구에 접근했을 때 유럽인들 중에는 공포심에 자살하는 사람들에 전 재산을 흥청망청 탕진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다행히도 이번에 지구를 지나가는 혜성과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저 멀리 태양계 끝에서부터 혜성이 지나온 8만 년의 아득한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다간 모든 생명체들과 온갖 문명들의 흥망성쇠를 떠올려본다. 그 긴 시간과 비교하면 100년도 안 되는 인간 수명은 얼마나 찰나의 순간인가.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인간이 갈망하는 물욕과 쾌락, 출세욕은 숭고하고 영원한 가치에 비하면 한낱 허무에 불과하다.
모든 생명체는 우주라는 무한한 시공간 속에서 유한한 시간만을 부여받았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으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생의 마지막 날을 알지 못할 따름이다. 그래서 스토아학파 철학자였던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전적 성찰의 기록인 명상록에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라. 초조해하지 말라. 무감각해지지 말라. 이것이야말로 인격의 완성이다”라고 적었다.
만약 지구에 위협이 되는 천체에 의해, 또는 교통사고 같은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내일 나의 생이 끝나게 된다면,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마도 오늘 조금 더 밝게 웃지 않았음을, 조금 더 베풀지 못했음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내일 죽더라도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도록 준비된 오늘의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제대로 잘 살아야 한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
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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