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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애인이 다가와 팔짱을 끼길래 그의 얼굴을 봤다. 놀라서 쳐다보는 기자에게 그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또 다른 장애인은 기자 뒤에 서서 어깨에 턱을 올리며 기댔다. 순간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최근 교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작은 자매의 집’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시설 인근에 있는 원광대학교 가톨릭학생회 학생들이 매주 토요일 봉사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궁금했다. 함께 차를 타고 나바위성지로 갔다. 햇볕은 조금 따가웠지만 맑고 푸른 하늘과 나무 그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절로 미소 짓게 했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다름 아닌 장애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학생들과 장애인들은 짝을 지어 성지 곳곳을 다녔다. 성당 안에 들어가 함께 기도하고, 성지를 걷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다같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번 장애인들과 함께해온 학생, 처음 온 학생들도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서로가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았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지난해 5월 말 기준 264만 7000명으로 집계됐다. 장애인의 고령화는 계속되는 추세다. 65세 이상이 54.3%를 기록,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장애인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2.28명, 1인 가구 비율은 26.6%였다. 이는 우리가 이들에게 가져야 하는 관심의 크기가 커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자는 이날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못했다는 것이, 또 이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였을까. 한 학생의 말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벗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더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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