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사본이 다시 세상 빛을 본 사연
원래 필사본은 몇 년간 서대신성당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 재발견한 인물은 바로 지난해 8월 주임으로 부임한 주영돈 신부였다. 처음 창고에 들어간 주 신부 눈에 커다란 상자가 여럿 쌓인 모습이 들어왔다. 호기심이 생겨 상자를 열어본 그는 깜짝 놀랐다. 웬 두루마리가 한가득 들어있는 게 아닌가. 하나를 집어 펼쳐보니 붓글씨로 한글과 한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필치였다. 내용을 찬찬히 읽던 주 신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름 아닌 성경 구절이었다. 필사본을 쓴 주인공이 안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아낸 그는 또다시 매우 놀랐다. ‘그 나이에 이런 엄청난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또 있겠는가!’
주 신부는 이 두루마리들이 성당 창고에서 보관할 물건이 아님을 직감했다. 교구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귀한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29일 부산교회사연구소에 필사본을 기증했다. 안 할아버지가 몸과 마음으로 쓴 필사본은 그렇게 다시 세상 빛을 보게 됐다.
필사본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부산교회사연구소 부소장 김덕헌 신부는 “앞으로 필사본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소장 신부님과 차츰 논의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구 차원에서 신자들에게 성경 필사를 꾸준히 권하고 있다”며 “고령에도 이렇게 훌륭한 수준으로 필사하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 좋은 모범 사례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