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가르침과 제20대 대통령 선거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공식선거운동도 이제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대선후보들도 막바지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선거운동은 대선후보들의 비전이나 정책 알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네거티브에 가려졌다. 네거티브도 선거전략이라지만 대선후보들은 상대 후보 흠 잡기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신앙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교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선거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후보들이 연신 고개를 숙인다. 대선후보 배우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선판에 막말과 욕설, 논란이 가득한 탓이다.
A 후보 측에서 무속인과 주술 논란이 점화됐다. 무속인이 고문으로 활동하며 인사나 일정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A 후보 측은 무속인 논란이 불거진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B 후보 측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오살(五殺, 역적에 대한 처형의 하나로 죄인의 머리와 팔다리를 베는 것) 의식이 논란이 됐다. 선대위의 한 인사가 사람 형상을 한 밀짚 인형을 만들어 SNS에 사진을 올렸다. 당은 해당 인사를 선대위에서 해촉하며 논란을 진화했다. 도덕성도 논란이다. A 후보가 열차를 타고 가면서 맞은편 의자에 구두를 신은 채 발을 올린 사진이었는데 B 후보 측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의자에 발을 올린 것을 두고 ‘족발 열차’라는 말도 등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A 후보 측에서 B 후보가 8년 전 식당에서 흡연한 사진을 찾아냈다. 대선후보들의 비전이나 정책이 아닌 네거티브 대선. 저열한 네거티브, 구태정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제20대 대선 공명도 평가 추락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이라는 주장은 유권자들의 평가가 뒷받침해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7일~8일 이틀간 20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유권자 의식 조사를 했다. 그 결과 20대 대선이 ‘깨끗하게 치러지고 있다’는 응답은 39.8%에 그쳤지만 ‘깨끗하지 못하다’는 응답은 50.5%에 달했다. 공명성 평가는 제18대 대선 52.9%, 제19대 54.2%, 제7회 지방선거 55.4%,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49.8%를 기록했지만 30%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19대 대선보다는 14.4% 떨어졌다. 공명성을 해치는 요소로는 ‘정당·후보자의 상호비방·흑색선전’이라는 응답이 34.4%로 가장 많았고, ‘불공정 보도’ 30.1%, ‘검·경찰의 소극적, 편파적 단속’은 13.3%로 나타났다.
외신들도 일제히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대해 “한국의 민주화 역사상 가장 역겨운 선거”라고 했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추문으로 얼룩진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 혹평했다.
그리스도인과 투표
투표는 사회 모든 분야가 하느님 가르침에 맞갖게 나아가도록 돕는 협력자를 뽑는 ‘사회 복음화’의 한 여정이다. 교회는 투표 참여에 대해 권리를 넘어선 ‘의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하고 어떤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까. 교회는 정치 생활의 목적이 인간의 존엄성 증진과 공동선 실현에 있다고 가르친다. 이에 따라 그리스도인은 교회 가르침에 부합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해 투표해야 한다. 교회는 △사람을 사람답게 바라보는 인본주의와 박애주의 정신을 갖고 있느냐 △공동선을 증진할 수 있느냐 △인간 발전에 연대할 수 있느냐 △연대하는 이들이 갖는 특징이나 장점을 보조해 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투표할 것을 권고한다.
교회는 정치 책임자에 대해서는 “봉사의 정신으로 인내와 겸손, 온건, 애덕 등 덕목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 권위와 명예,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활동의 참된 목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간추린 사회교리」 410항)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가
유권자들은 대선후보들을 둘러싼 논란이 아닌 그들의 비전과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15일 대선후보 4명(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에게 정책 질의서를 발송했다. 주교회의는 신자 유권자들의 정책 이해와 선거 참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18대 대선, 제19대 대선 때에도 주요 후보들에게 정책 질의서를 발송, 답변서를 취합해 발표했다.
질의서는 13개 사안 60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가톨릭 사회 교리의 주제를 바탕으로 △생명 △인권 △언론 △경제 △정치 △노동 △농업 △생태보호 △평화증진 △장애인 △청소년 △여성 △이주민·난민 등으로 구성했다. 주교회의는 질의서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변서를 취합한 요약본을 교회 내 언론 매체, 전국 교구 주보와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가깝고도 먼, 친근하면서도 불편한 정치
가족끼리도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가족이라도 정치적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답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로 서로 감정만 상할 수 있다.
교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 가르침이 있지만, 교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세례 후 교회 내에서 34년간 봉사해 온 임이상(가명, 제노)씨는 “자신의 입장과 다른 사회적 현안에 대한 교회 내 목소리에 불편해 하는 신자들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사고에 영향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신자들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한 중견 사제는 “정치 이야기 나오면 신자들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나뉜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며 “신자들과의 친목 자리에서도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과 답이 오가야 하기에 정치 이야기는 피한다. 선후배 사제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이 없지 않으냐. 그래서 우리라도 이런 원론적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교회가 지향하는 바는 주교회의 정책 질의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정책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만큼 우리도 그들에게 교회의 가르침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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