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의 이름으로 오랜 시간 함께 했기에
식사에 이어 청년들은 ‘까페알로’ 거실에 둥글게 앉았다. 본격적인 성인식을 치르기 위해서다. 첫 순서로 청년들은 기쁨나눔재단 신부들과 꿈나무마을 교사들이 써준 응원 쪽지를 하나씩 뽑아 읽었다. ‘언제 어디서든 너의 모든 순간을 응원할게.’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만약에 네 탓이라고 해도 괜찮아.’ 어른들의 진심 어린 응원에 청년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입을 모아 말했다. “어디를 가든 평생의 추억이 있는 ‘친정’ 꿈나무마을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
다음 차례는 ‘마음속 말을 글로 적어보기’였다. 그동안 함께한 식구들 앞에서 자신의 지금 심정과 앞으로의 다짐 등을 나누는 시간이다. 펜과 엽서를 하나씩 받아든 청년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글씨를 써내려갔다. 작가를 꿈꾸는 조예윤(가브리엘라)양이 가장 먼저 글을 완성했다. 거실 가운데로 걸어 나온 그는 웃음과 함께 쑥스러워하며 낭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감정이 북받쳤는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오랜 시간 묵었던 감정을 풀어내기란 묵히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임이 틀림없지만, 저는 오늘도 겨우내 애를 씁니다. 평생의 가장 큰 조각을 여러분과 함께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어쩌면 저는 이 시간을 제일 그리워할 듯싶습니다. 늘 아니라고 얼굴을 붉히고는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함께 했었으니까요. 저에 대한 안 좋았던 기억들은 풀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묵히지는 마세요. 그냥 잊어버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조예윤 가브리엘라)


실수해도 돼, 화려하고 찬란하게 살자
곧이어 다른 청년들도 하나둘씩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서울의 한 유명 제과점에서 제빵 일을 시작한 이희림(클라라)양은 미래의 자신에게 응원을 전했다. “모든 사람은 다 한 번씩 실수해. 그러니까 실수했다고 자책하거나 무너져선 안 돼.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될지, 실수를 기회로 삼아 극복하고 발전할지는 네 선택에 달렸어. 실수해도 겁먹지 말고 자신 있게 모든 일에 도전하길 바라.” 같은 제과점에서 일하는 심희원(마리아)양도 “뭐든 처음이라 서툴고 어렵고 힘들겠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솔직한 포부를 당당히 밝혀 모두를 즐겁게 한 청년도 있었다. 건축회사에 입사한 한윤희(크리스티나)양은 “화려하고 찬란한 인생을 살겠다”며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건물주가 돼서 하고 싶은 건 꼭 다 하면서 여유롭게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취업이 아닌 학업의 길을 택한 청년들도 있었다.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목표로 삼은 김숙희(데레사)양은 작업치료사가 되기 위해 해당 학과에 입학한다. 운동을 좋아하는 오혜순양은 스포츠재활학과를 선택했다. 그는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싶다”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그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눔을 마치자 박종인 신부가 청년 한 명 한 명에게 ‘특별한 선물’을 나눠줬다. 새 한글 인감도장이다. 홀로서기를 하면서 집 계약할 일이 많은 자립준비청년에겐 꼭 필요한 물건이다. 박 신부가 시범 삼아 엽서에 도장을 꾹꾹 눌러 찍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붉은 도장 자국을 바라보던 청년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들은 그렇게 ‘어른’이 됐다.
박 신부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성인식을 열어줄 계획이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남자 청년들하고도 성인식 해야죠. 얼른 날짜 잡아야겠네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