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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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35)자녀는 부모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상)

참 빛 사랑 2020. 8. 12. 21:49


70대 레지나 어르신께서 상담실을 찾아왔다. 자녀들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하소연과 함께 자녀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달라고 청했다. 두 아들과 막내딸 모두는 타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살만한 직장과 직위를 얻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녀들이 신앙생활과는 전혀 다른 세속적 삶을 살고 있었기에 레지나 자매는 늘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로서 자녀들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데 그것을 지적하고 교정해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만나보았다. 어머니와 좋은 관계로 있고 싶지만 만나거나 통화를 하면 항상 그 결과가 안 좋아 자신들도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하였다. 어머니의 어떤 점이 그렇게 불편하냐고 물으니 어머니의 종교에 대한 신념을 문제의 중심으로 삼았다. 자신들과의 갈등의 중심에는 신앙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어머니와 자식들 간의 문제의 핵심은 신앙적인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가족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적 역동(마음의 움직임)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서로에게 원하는 심리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불만이 숨어있었다. 결국, 심리적 욕구가 신앙적인 문제로 바뀌어 표현되고 있었을 뿐 사실 가족들 모두는 서로에게 자신이 원하는 그 무엇을 요청하고 있었다.

어느 날 큰아들은 손자 손녀가 할머니를 위해 영상편지를 준비했다고 하면서 자녀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담긴 동영상을 찍어 어머니 카톡으로 전송했다. 아이들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면서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고백과 함께 하트를 손으로 그려 보여드렸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배운 아이돌의 춤을 할머니에게 보여드린다며 열심히 음악에 맞추어 율동을 시작하였다. 큰아들은 손자 손녀가 할머니를 위해 보낸 영상편지와 춤사위를 보고 어머니가 행복해하실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그토록 보고 싶은 손자 손녀가 할머니를 위해 사랑을 고백하고 율동까지 선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영상을 보여드리고 난 후 어머니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실망감을 넘어 차라리 영상을 보내드리지 말 것을 하며 후회감이 밀려왔다.

사랑하는 손자 손녀의 사랑 고백이 담긴 영상편지를 받아 본 어머니는 두말할 것 없이 기쁘고 행복했다. 영상으로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더 빨리 만나고 싶고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레지나 자매는 큰아들이 보내 준 영상을 보면서 하느님께 이 아이들이 제발 하느님 뜻 안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기를 기도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큰아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바오로야, 보내준 영상 고맙게 잘 보았다. 우리 손자 손녀가 건강한 것처럼 보이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구나. 할머니를 위해 영상편지를 보내준 미카엘과 라파엘라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어라. 영상을 보면서 늘 엄마가 하는 기도이지만, 우리 손자 손녀가 하느님을 떠나지 않고 늘 하느님 뜻 안에서 살아가도록 기도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꼭 좀 들어주면 좋겠구나. 아이들에게 제발 햄버거 같은 즉석 음식을 먹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게다가 콜라는 이빨에 아주 안 좋은데 아이들이 그걸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엄마로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춤을 추는 것은 보기가 영 좋지 않구나. 아이들이 립스틱을 바른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 나쁜 성분이 몸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제발 화내지 말고 이 어미의 충고를 잘 받아주면 좋겠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