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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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공연전시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명화](20) 휴먼&패니(Fanny).

참 빛 사랑 2018. 4. 23. 19:46


▲ 영화 ‘휴먼’ 포스터




언제부턴가 나는 아침부터 혼자 한숨을내쉬거나씩씩거렸다. 왜일까?어처구니없는뉴스에 참았던 분노가 터진 것이다. 곧바로 나의 손은 휴대전화를 쥐고 관련 뉴스를 클릭한다. 이미 방향을 놓친 마음은 럭비공처럼 여기저기로튈 뿐이다.

판에 박힌 일상생활과잘 갖춘균형 감각이 방금 읽었던 기사한 줄에무너져내린다.이럴 때면 여행 짐을챙기고, 길에서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감독은 2015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휴먼’에서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선물한다. 그는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지, 왜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또다시 다음 세대에물려주는지를화두로 삼았다.

영화 ‘휴먼’에는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미국인 죄수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어린 시절새아빠의 학대가 사랑이라 믿었다. 늦게나마 감옥에서 학대가 사랑이 아님을 알게 됐고, 어느 피해자 모녀의 어머니이자 할머니인 한 여인으로부터 용서를 받으며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깨닫는다. 죽음 앞에 선 그는 담담히 자신이 체험한 사랑을 이야기하며 눈물로 참회한다.

감독은 연이어 히로시마 원폭 피해 생존자, 일부다처제 사회의 여인 등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 연령대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치 증명사진처럼 카메라 앵글에 담아낸다. 이는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감독의 특기 중의 하나인 항공 샷과 교차 편집돼 관객들이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 척 클로스 작 ‘패니’.



영화는 3년간 60개국 2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결과다.어느 날,헬리콥터 고장으로 불시착한 감독은 그곳 시골 농부와 나눈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내밀한 사연을 자신들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그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게 모두 비슷비슷했다. 문화적 차이로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자신이 속한 문화에 순응했을 뿐이다.

검은 바탕의 화면은 얼굴과 머리 모양만 보여준다. 여기서는 인종과 성별, 언어만 겨우 알 수 있다. 하지만 화면은 우리에게 극사실주의 초상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포토 리얼리스트의 선구자로 알려진 척 클로스의 그림 ‘패니(Fanny)’가 연상된다.

척 클로스는 친구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초대형 캔버스에 극사실로 옮겨낸다. 아름답게 그리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특별히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아도 사람의 얼굴에 많은 정보가 있다는 것이다. 배경 오브제나 입은 옷으로 인물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것보다, 얼굴에 있는 주름이나 살아오면서 굳어진 얼굴 근육이 큰 정보라고 그는 말한다.

1998년 뉴욕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그는 아내의 할머니를 자신의 손가락 지문으로 그린 작품을 선보였다. 할머니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로, 삶은 힘겨웠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낙천적이었다. 전시의 기획자는 이 작품을 가리켜 “살로 살을 그렸네”라고 말했다. 척은 할머니의 얼굴을 그림으로 표현해, 그녀의 고단했던 삶을 자신의 손으로 쓰다듬고 위로하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 ‘휴먼’의 감독은 높이 올라가 항공 샷으로 사람을 점처럼 작게 그려내며 사람들의 사연을 세밀하게 이끌어냈다. 어딘지 화가가 자신의 작은 지문만으로 대형 초상화를 그려낸 것과 많이 닮았다. 가까이서 보면 지문이지만 멀리서 보면 한 인간의 일생이다. 영화 속 인간은 점처럼 작지만, 이는 화면이 존재하는 이유다. 거장들의 영화와 그림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