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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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참 빛 사랑 2025. 11. 20. 13:45

 
 


바우배기 전설 / 이태영(대건 안드레아) / 역락

휘두른 칼에 / 5번째 목뼈가 조각이 나 / 눈앞에 드러났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 칼날이 번뜩이는 모습과 / 순교자의 심정을 새겨봅니다

예수 마리아를 외치면서 / 빨리 목을 베라고 외치던 /그 신앙을 새겨봅니다

「바우배기 전설」은 윤지충(바오로)·권상연(야고보)·윤지헌(프란치스코) 세 순교 복자의 유해 발굴 작업에 참여하고 관련 보고서를 만든 저자가 스스로의 신앙을 고백한 시집이다. 지난 2021년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 근처 바우배기에서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묘소가 발견되었고, 전북대 국문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당시 전주교구 순교자현양단 위원으로 유해 발굴 및 보고서 작업에 참여했다. 저자는 “순교자의 모습을 명료하게 그대로 드러내고 싶어 시의 형식을 빌려서 이 글을 썼다”고 전했다.
 

구도자의 산책 / 김재홍(요한 사도) / 천년의시작

마침내 반역자란 누명을 쓰고 / 볼꼴 없이 죽어 간 철저한 실패자,

내가 탯줄에서 떨어지자 맺어져 / 삶의 바탕이 되고, 길이 되고,

때로는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 생판 낯설어 보이는 당신, (‘나자렛 예수’ 중)

“구상은 예수를 ‘철저한 실패자’로 말함으로써 죽음의 역설적 의미를 강화하는 한편, 다음 연에 나타나는 자신의 신앙생활에 구체성을 부여한다.”(41쪽)

「구도자의 산책」은 전쟁과 대립의 시대를 살면서도 가톨리시즘을 바탕으로 대긍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남긴 구상(요한 세례자, 1919~2004) 시인의 작품 세계를 분석한 책이다. 시인의 주요 연작 시와 개별 작품들을 두루 들여다본다. 평론집에는 세 편의 논문도 수록돼 있다. 덕원신학교를 다니며 사제를 꿈꾼 구상의 삶에 가톨릭이 지니는 의미 등을 다룬다.

특별한 날은 특별히 아프다 / 신정섭 / 책방 언덕위에

“우리는 함께 울지 않는다. 둘 다 무너지면 안 되니까 서로 곁을 지킨다. (중략) 하지만 재원이를 보며 느끼는 충만함이 애진이를 보지 못하는 허전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건 재원이와 나 사이의 질곡이 될 것이고, 재원이 삶에 박힌 돌이 될 것이다.”(28쪽)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딸 신애진(가브리엘라)씨를 잃은 아버지 신정섭씨의 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벼락같은 이별에 직면한 저자는 매일 새벽 일기를 쓰며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딸만 없는 세상과 맞닥뜨렸고, 준비 없는 이별 이후의 생경한 상황과 진정한 부재의 의미를 글자로나마 쏟아내며 버텨왔다. 무너질 듯한 고통과 사무치는 그리움은 무엇으로도 위로받을 수 없지만, 가족과 친구·동료·때로는 낯선 타인, 예상치 못한 장소와 상황에서 마주한 공감과 배려에서 조금씩 마음을 추스르며 기대어 쉰다.

 

우리가 헤어지는 것은 성장했기 때문이다 / 공지영·지승호 / 온

“사후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내세가 있다고, 하느님도 계시고 우리도 영원히 어떤 삶을 산다고 생각하고 사는 게 제게 상당히 좋은 영향을 줘요. 그런 게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내가 눈을 감았는데 그게 끝이라고 해도 솔직히 별 문제는 없어요. (중략) 삶의 의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해주고, 또 그런 정의의 심판이 있다면 이 세상이 약간 불의해도 견딜 수 있는 힘 같은 게 좀 생기는 거죠.”(196쪽)

지승호 작가가 묻고 공지영(마리아) 작가가 답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인생 선배로서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성공한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짧지 않은 호흡으로 진솔하게 담았다. SNS를 끊고 지리산 평사리로 찾아든 작가는 흙을 만지며 자연 속에서 치유받았다고 말한다. 헤매왔던 지난 모든 고통과 실수, 추락과 아픔 등에서 길어 올린 지혜를 전하는 마음으로, 남은 시간은 누군가에게 행운이고 싶은 마음으로 남긴 기록이다.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