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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달려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혼자 오래 앉아있을 땐 어땠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상황을 섬세하게 알아차리는 겁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이 게임과 같은 색다른 방식의 피정에서 ‘평화 감수성’을 체험했다. 청년들은 피정에서 마련된 모든 예기치 않은 상황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것을 목표로 임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15~16일 경기도 시흥 성 바오로 피정의 집에서 마련한 ‘청년 평화 감수성’ 피정에서다.
피정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경기도·대전·당진·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은 놀이를 동반한 프로그램 안에서 ‘서로 배움’의 장을 만들었다.
처음 만난 이들과 둘씩 짝지어 대화하는 시간. 한 사람이 자기소개하면 듣는 사람은 온갖 좋은 반응을 동원해 경청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곧이어 반대로 상대가 자기소개를 할 때 귀를 막든 고개를 돌리든 최대한 무시하는 반응을 보여야 했다. “정 반대되는 두 대화가 어떻게 느껴졌느냐”는 서울 민화위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의 질문에 “상대방 태도에 의해 기억마저 바뀌어 버렸다” “무관심도 폭력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시간이 느리게 갔다” 등의 답변이 오갔다. 청년들은 처음 본 낯선 이들 속에서 환대와 공감의 중요성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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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종자로 뽑힌 이의 손짓에 따라 피조종자가 온전히 움직여야 하는 인형극이 펼쳐졌다. 우아한 춤을 춰보라는 미션에 따라 처음엔 둘씩 짝지어, 다음엔 조종자 한 사람에 모두가 달라붙어 움직였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조종자의 작은 움직임에도 끝에 붙은 사람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 분주히 움직이면서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일상의 위계와 폭력적 구조 등 갈등 상황에서 서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느껴보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피정에서 펼쳐진 것이다.
“소통의 부재가 느껴졌습니다. 조종자가 어떤 춤을 의도하면서 움직이는지 전혀 몰랐죠. 전체가 함께 움직일 때는 맨 끝 사람이 움직일 때까지 조종자가 기다려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현실에서도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참가자들 나눔)
전체 인형극에서 조종자 역할을 맡은 황진서(바오로)씨는 “둘이서 할 때엔 큰 어려움을 못 느꼈는데, 전체를 주도하다 보니 뒷사람 파악도 안 되고, 소통이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비난 여론에 당황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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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프로그램 끝에는 항상 서로 나눔을 통해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해법을 청년 스스로 찾았다.
안보람(율리아 빌리아르)씨는 “평화에 대해 일상에서 체감할 일이 없다가 최근 사회적 상황에 따라 고민하게 되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피정에 참가했다”며 “하고 싶은 말만 주장하는 사회인데, 피정 참가로 경청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신경화(모니카)씨도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내가 먼저 환대의 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면서 “현실에서도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을 섬세하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정수용 신부는 “평화를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는데, 결국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인식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평화 감수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계·배척·폭력 등이 작동하는 원리를 잘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청년들이 평화 감수성을 통해 일상뿐 아니라 사회가 겪는 갈등 구조도 함께 바라본다면,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평화의 사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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