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
교황이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 지엔 늘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그는 자신의 생일 때마다 노숙자들을 초대해 식사를 같이 했다. 사목 방문지에선 어김없이 난민과 이주민을 만났다. 교도소, 고아원, 양로원을 방문해 세상 사람들에게 가난과 소외, 무관심과 차별로 고통받는 이웃들의 존재를 환기시켰다. 늙은 노숙인이 거리에서 숨진 채 발견돼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세태를 한탄하며 목소리를 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줬다.
교황은 2015년 자비의 특별 희년(2015년 12월 8일~2016년 11월 20일)을 선포하며 가톨릭 교회가 하느님 자비를 실천하며 살기를 독려했다. 그는 “교회는 오랫동안 자비의 길을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잊고 있었다”며 자비의 희년이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은 이웃을 돌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했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제정으로 이어졌다. 교황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가장 작은 이들과 가장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그리스도 사랑의 훌륭한 징표가 되기를 바란다”며 2017년부터 연중 제33주일에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내도록 했다.
매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교황청 문을 열어뒀다. 이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를 나눴다. 행사는 교황 자선소가 주관해 왔다. 교황 자선소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교황 뜻에 따라 바티칸 거리에서 노숙인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노숙인을 위한 세탁소, 샤워시설, 이발소, 진료소, 약국 등도 운영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황은 자선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나누고, 전쟁 지역에 긴급구호기금을 보내며, 난민센터를 지원해 왔다. 2018년 제주에 온 예멘 난민을 위해 교황청 자선기금 1만 유로를 제주교구에 보내기도 했다. 교황청 부속 기구였던 교황 자선소는 이번 교황청 구조 개편에서 애덕봉사부로 승격했다.


연대하며 공동의 집 돌보기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돌보면서 교황은 더 먼 미래를 내다봤다.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세상을 고민하며 우리에게 삶의 터전을 내 주고 있는 ‘공동의 집’(지구)과 인간을 둘러싼 모든 피조물로 시선을 확장했다.
교황은 환경과 생태 회복을 위해 인간 중심주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교황은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관계 안에서 자신을 깨닫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기후 위기의 한가운데서 2015년 교황이 발표한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는 교회를 넘어 전 세계에 생태 위기를 교육하고 행동하게 하는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교황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버리는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더 많은 자연재해와 환경 재앙이 닥칠 것을 경고했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결국 가난한 이들이다. 교황은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면서 매년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도록 했다. 또 2020년에는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5월 24일 회칙 인준일 이전 주간을 ‘찬미받으소서 주간’으로 정하며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한 행동에 교회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전쟁과 테러 발발 등 현대 사회가 빚어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제시했다. 그는 2020년 발표한 사회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온 인류가 서로 연결된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일깨우며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바탕으로 연대하기를 당부했다. 교황은 “아무도 혼자서는 삶에 대처할 수 없다”면서 “우리를 지탱하고 도와줄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됐고, 그해 11월 자신의 첫 공식 문헌 「복음의 기쁨」을 발표했다. 그는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 안팎으로 불어닥친 위기를 명확히 짚어내며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갈 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가 걸어온 지난 9년은 ‘복음의 기쁨’을 몸소 실천해 온 시간이었다. 교황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복음의 기쁨 속에서 함께 걷자고 손을 내밀었고, 넘어져도 일어나 다시 걸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