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북 이기헌 주교님
글은 곧 그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역사를 만나는 것이죠. 이기헌 주교님의 사목 수필 「함께 울어 주는 이」도 그렇습니다. 주교님은 글 쓰는 걸 좋아하셨대요. 글 쓰는 시간을 일컬어 살아온 날들을 꺼내 보는 시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주교님의 삶을 살짝 엿 본 느낌이에요. 주교님은 평양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종교 탄압으로 평양교구 사제들의 체포와 순교를 함께 겪은 부모님을 따라 1·4 후퇴 때 남쪽으로 피난을 오셨는데요, 온 가족이 함께 오지 못하고 북쪽에 누님 두 분이 남으셨다고 합니다. 작은 누님 한 분만 북쪽에 살아계신다고 하네요.
어린 시절 천사들도 부러워하는 복사를 서며 키웠던 사제의 꿈, 당신이 다닌 최초의 신학교는 가정이라며 기도에 얽힌 삶의 향기,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의 저자 김정훈 부제를 영혼이 맑은 친구라고 소개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담하게 나눠주십니다. 또한 불행한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제는 행복하다고 하신 주교님의 사목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교님의 글을 통해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생각났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사실 주교님을 가까이 뵌 일이 없는데도 책을 읽다 보니 주교님의 삶이 제 안에 들어왔습니다. 진솔하고 담백한 글에 녹아있는 삶의 흔적이 깊은 감동을 주는 휴먼 북이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주교님은 책에서 영적 독서를 하며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고 고백하셨는데요, 주교님은 어떤 책을 읽으시지 궁금합니다! 다음에는 영적 감각을 일깨워 줄 새로운 수필을 들고 독자를 찾아오실 날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