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언어
지난주에 대구대교구 은퇴신부님이 수녀원을 다녀가셨습니다. 20년 가까이 고해성사를 주셨던 분이라 무척 반가웠지요. 3박 4일 동안 당신이 다니셨던 소신학교와 대신학교를 둘러보시고 서울 근교 성지순례를 하고 내려가셨습니다. 사흘 동안 신부님을 지켜보면서 어린이처럼 해맑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아직 건강할 때 주변과 자신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신부님이 쓰시는 단어를 보면 하늘 언어가 이렇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늘 아버지' '아버지 집' '기도' '감사' 등 자주 흥얼거리시던 '즐겁게 노는 어린이처럼' 성가가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신부님의 하루 일과는 성무일도, 성체조배, 미사집전, 산책, 신학교에서 이문근 신부님에게 잠깐 배웠다는 오르간을 키보드로 눌러보시고 여전히 '도레미파'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기타도 소일처럼 연습하신다고 해요. 어린 시절,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불란서 신부님이 첫영성체를 받으라고 했던 기억이 행복한지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대구에서 엄하기로 소문나셨던 신부님이 얼마나 유해지셨는지 후배 신부님들이 놀란다고 합니다. 이면엔 '잘 늙고 싶다'는 바람이 묻어 있겠죠. 저도 신부님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첫서원을 하고 대구분원으로 파견되었을 때 신부님을 처음 뵈었고요. 그때부터 성사를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신부님이 아버지 같습니다. 신부님의 기쁨을 지켜보면서 나는 마음이 언제 기쁠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 말보다 「벌거벗은 지금」에서 발췌해 소개해 드릴게요. 자기 생각이 옳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필요가 없을 때, 더 이상 자기를 다른 누구와 비교할 필요가 없을 때, 머리가 가슴의 인도를 따라갈 때, '상처 입은 것에 대해 곱씹지' 않을 때, 자기를 있는 그대로, 모든 결점을 포함하여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기다리고 듣고 배울 수 있을 때, 잘못한 사실을 인정하고 바꿀 수 있을 때, 마음을 다 쏟아 사랑할 수 있을 때,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을 때'….
항상 기쁠 수는 없겠지만 기도할 수 있습니다. 기도는 우리 마음이 누릴 수 있는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성모성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기쁨의 성모님에게 회원님을 맡겨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