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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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23) 도쿄 타워 & 회색과 검정의 배열.

참 빛 사랑 2018. 5. 14. 23:07


낯선 제목에 감춰진 어머니 사랑


▲ 영화 ‘도쿄타워’ 포스터



▲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작 ‘회색과 검정의 배열




예술가의 사랑은 남다르다? 글쎄, 우리가 색다른 사랑을 원하는 건 아닐까? 어머니의 사랑을 낯설게 표현한 예술 작품이 있다. 영화 ‘도쿄 타워’, 초상화 ‘회색과 검정의 배열’이 그렇다.

2007년 개봉작 ‘도쿄 타워’는 일본의 배우이자 소설가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 「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극의 화자이자 주인공 마사야 역에 오다기리 죠, 엄마 역에 일본의 국민 어머니 키키 키린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키키 키린의 딸이 엄마의 젊은 시절을 연기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머물지 못하고 바람처럼 사는 아버지. 술에 취해 어린 자식의 입에 닭꼬치를 꾸역꾸역 물려 사진 찍는 남편을 보고 엄마는 이혼을 결심한다. 그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은 미술 공부하러 간 도쿄에서 방탕한 생활을 한다. 엄마는 식당 주방일로 아들을 뒷바라지하지만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은 사채까지 빌려 쓴다.

외할머니의 죽음과 엄마의 암 투병 소식에 긴 방황에서 돌아온 탕자. 아들은 엄마를 자신이 사는 도쿄로 부른다. 엄마는 아들과 함께 생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한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눈물 짜는 신파조 줄거리다. 하지만 영화는 배우들의 절제된 감정 표현과 사건의 객관적 묘사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데 왜 제목을 ‘도쿄 타워’라고 한 것일까? 도쿄 타워와 릴리 프랭키의 엄마는 무슨 관계일까? 영화의 메시지와 도쿄 타워를 연결해 보려는 노력은 자신 어머니의 초상화에 ‘회색과 검정의 배열’이라는 제목을 붙여 관람객을 당황하게 한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1834~1903)를 떠올리게 했다.

휘슬러는 미국 태생으로 유럽에서 활동한 화가다. 젊은 시절 파리에서 미술 교육을 받고 인상주의 화가들을 존경했지만, 그의 화풍은 드가나 마네 등과는 달랐다. 휘슬러의 그림은 궁정 화가들이 미술계 주류를 이루던 영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다. 일본 우끼요에의 영향을 받은 직물의 무늬와 네모진 형태의 구도를 배경으로 대상 인물의 옆 모습을 초상화로 그렸다.

초상화를 그렸던 당시, 화가는 어머니와 함께 영국 첼시에서 10년 정도 함께 살았다. 화가는 67세 노령의 어머니를 의자에 앉혀 그림을 그렸다. 휘슬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신과 함께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이름에 어머니의 성 ‘맥닐’을 추가했다.

휘슬러는 음악에 빗대 그림 제목을 붙였다. 그는 당시 고전적인 주제의 그림에 세세한 묘사와 감상적인 제목을 붙이는 것을 반대했다. 관람객들은 검정 드레스를 입은 초상화 속 여인이 화가의 어머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그가 그린 초상화를 보면서 관람객들은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투사하게 된다.

릴리 프랭키는 엄마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소설을 ‘도쿄 타워’라고 이름 지었다. 동떨어진 제목이지만 소설은 이내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휘슬러는 ‘나 자신에게나 어머니가 중요한 존재이지, 관객들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어머니의 초상화에 ‘회색과 검정의 배열’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의 어머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비교되며 미술사의 아이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