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이 필요했던 순간은
최근에 냉담을 푼 박씨는 2021년까지 개인적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에만 집중했다. “일만 하다 보니까 신앙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박씨의 어머니는 그에게 신앙에 대해 강요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네가 언제든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 사실 그것만으로도 큰 용기일 테니까 좀 더 그냥 지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박씨의 어머니는 그가 정말 필요로 한다면 자연스럽게 다시 신앙을 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신앙이 필요했던 순간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솔직히 그렇긴 해요.” 남씨에게 신앙이 필요했던 순간에 대해 묻자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신앙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았어요. 미사하고 청년들과 어울려서 이야기하고 노는 생활 자체가 재미있어서 성당에 나왔던 것도 없지 않아요.” 재미를 위해 신앙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남씨에게는 ‘재미’가 하나의 이유였다.
신앙이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묻자 박씨는 신앙에 기대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내가 힘들 일이 있겠어? 아직 난 젊은데. 실패하고 고꾸라져도 난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성당에 다녀봤자 현실적으로 효과가 별로 없으니까요. 제가 생활하는 데 안 나가도 지장이 없었고 나가도 제 생활이 더 나은 쪽으로 바뀌는 것도 없었어요.” 남씨는 대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요즘 MZ세대라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냉담FC, 청년들과 교회를 잇다
냉담을 했고 신앙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던 그들을 다시 성당으로 부른 것은 ‘축구’였다. 다시 말해 청년들의 관심사가 그들을 성당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그 중심에는 라경호(서울대교구, 답십리본당) 신학생이 있었다. “주임 신부님께서 먼저 냉담 청년들이 답십리에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 신학생으로서 어떻게 이끌어볼 방안을 고안해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 성당에서 같이 축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던 친구들 위주로 연락해서 축구를 한번 해보자 해서 시작했습니다.” 연락은 라 신학생이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던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소식이 끊긴 친구들이나 왕래가 잦지 않았던 친구들의 경우에는 라 신학생의 친구들을 통해 연락했다. 성당에 나오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시작은 ‘축구 한번 하자’, ‘밥 한번 먹자’였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청년들은 축구를 하기 위해 모였고, 서로의 안부가 궁금해 모였다. 하지만 부담스러워하는 청년들은 기다려줬다. 그리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냉담FC가 입소문을 타고 부담을 느꼈던 청년들이 먼저 라 신학생에게 연락을 해왔다.
라 신학생은 청년들을 무조건 성당에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닌 청년들이 성당에 가까워지게 하고 싶었다. 그 결과 본당 냉담 청년 약 40명 중 15명이 냉담FC에서 활동하게 됐다. 냉담FC 회원 15명 중 3명은 냉담을 풀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왔다. 냉담을 푼 청년들은 이제 냉담하는 청년들에게 오히려 다가가는 중이다. 신앙이 있어서 좋았던 것을 나눠주려고 말이다. “‘성당에 왜 안 와? 성당에 나와’라고 말하기에는 세대가 달라졌더라고요.” 라 신학생이 다른 본당 축구팀과 경기를 하고 사제들과 청년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만드는 이유다. 그렇게 라 신학생은 청년들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
다시 생긴 울타리
잊고 지내던 성당 친구들을 만나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오면서 박씨와 남씨는 얻은 게 많다. 어쩌면 신앙을 찾는 동시에 자신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박씨는 “일만 할 때 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많이 유연해진 것 같다”며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고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남씨도 성격이 매우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오래전 일인데 주일학교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해서 ‘왜 성당에 나오지 않느냐, 성당에 나올 생각이 없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그런 데 안 가요’라고 대답했대요.(웃음) 그런데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나서는 달라진 것 같아요.”
눈높이에 맞는 사목의 절실함
교회가 요구하는 것들은 어쩌면 MZ세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박씨와 남씨는 입을 모았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눈높이에 맞는 사목이 절실한 이유다.
“가치관이 바뀐 게 예전에는 어떤 일이 있으면 함께 힘을 모으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에는 자신이 잘살아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 마음의 여유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는 것 같아요.” 박씨는 “봉사 같은 경우에도 강요나 의무감에 하게 되면 부담이 되고 봉사라고 느끼지 못하는 순간 성당에 나가는 것 자체도 싫어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씨는 “교회가 너무 늙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는 교회가 변화에 민감한 세대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을 불러모을 생각은 하면서 왜 바뀌진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변하지 않고 청년들에게 오라는 말만 한다면 가는 청년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회도 이제는 변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과 교회
“새로운 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박씨는 “교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유연함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씨의 주장도 다르지 않다. 그는 “교회에서 SNS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접근하긴 하지만 정보 전달이나 모든 방식 자체가 너무 아날로그적인 것 같다”고 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교회도 발맞춰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라 신학생은 “청년들은 교회의 현재”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은 현재라고 생각을 해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도 어른들도 다 똑같이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힘이 돼야 교회가 유지되는 것 같아요. 청년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청년들이 결혼해 자녀들이 또다시 신앙을 이어받으면 교회의 미래가 될 테니까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변화는 경청으로부터 시작해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는 생각을 했다.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겠다면 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