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비 낼 돈 없어 삼촌 도움으로 신학교 입학
이처럼 어린 시절, 베르가모의 일상은 배고프고 고되었지만, 안젤로는 가난 속에서도 예수님과 닮은 영성을 배우며 성장해 나갔다고 고백한다. 사제가 되고 싶은 어린 안젤로는 신학교 입학을 원했으나, 도저히 그의 가정 사정으로는 학비와 기숙사비 낼 형편이 안 되었다. 같이 살던 대부인 사베리오 삼촌은 천사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조카 안젤로(Angelo)를 위하여 기꺼이 베르가모 신학교 입학(1892년)을 전적으로 도와주었다. 독신에 경건한 사람이던 삼촌은 다른 조카들이 신앙심을 키워나가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11살에 신학교에 들어간 안젤로는 라틴어와 철학, 그리고 신학을 배워나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영혼의 일지」(Il Giornale dell’Anima)는 14살이던 1895년부터 죽음이 가까워진 1962년, 교황의 나이 82세에 이르기까지 거의 중단되지 않고 쓴 일련의 그의 영성에 관한 독백 형식의 글이다. 그가 하느님과 함께한 영성의 고백, 끊임없는 양심의 성찰을 기록한 글이다. 60년 넘게 쓴 그의 글은, 베르가모에서의 어린 시절과 신학생 시절, 30여 년간 로마에서의 사제와 주교, 외교관 시절, 베네치아 총대주교 시절, 그리고 로마에서 교황으로 살았던 시기의 영성 등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그가 쓴 작은 공책들의 겉표지에는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349∼407)의 말을 제목처럼 적어 놓았는데, “단순함과 신중함은 그리스도교 철학의 정점이고, 이는 ‘천사적 삶(Vita Angelica)’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는 성인의 말이 라틴어로 적혀 있다. 단순함(Simplicitas)과 신중함(Prudentia)에 대해서는 프랑스 작가 죠르주 베르나노스(1888∼1948)도 언급했다. 베르나노스는 어린 시절의 단순함을 잃지 않고 지닌 사람이 진정한 성인이 될 수 있고, 자신의 소명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안젤로는 바로 그 어린 시절의 단순함을 통하여 성장하고 싶어 했으며, 그는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미소 짓고 싶어 했다. 사후에 20여 개 언어로 번역된 그의 일지에서 교황은 스스로 “내 영혼은 나의 다른 어떤 글보다 이 ‘사랑의 일지’에 더 많이 있습니다”라고 고백하였다.
흰 빵 그리워하며 지겹도록 먹었던 ‘폴렌타’
정확히 4년 7개월 6일의 교황이었던 안젤로 쥬세페 론칼리 즉, 요한 23세! “교회는 더는 박물관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가꾸어 나가는 정원과도 같습니다”라고 말한 그는, 교회는 더는 예전의 교회가 아니었음을, 그로부터 시작된 교회의 교황은 사제이며 아버지이며 목자임을, 문화에 대한 사목적 배려, 교의에 대한 경건함과 과학을 통한 지혜를 충분히 안고 가는 교회임을 천명(闡明)하였다. 여기서 내가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요한 23세의 위대함은 그가 어렸을 적부터 하느님 사람으로서 하느님에 귀를 기울였고, 하느님을 말하였으며, 하느님의 눈과 입이 되어 사람들과 함께한 사람이다. 프란치스코, 베네딕토 16세, 요한 바오로 2세, 요한 바오로 1세, 바오로 6세 교황들의 탄생은 바로 여기서부터, 즉 요한 23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 호부터 만나볼 파파 부오노, 요한 23세에 가슴이 설렌다. 가난한 집 아이 안젤로가 어렸을 적 흰 빵을 그리워하며 지겹도록 먹었던 폴렌타가 오늘의 레시피이다. 우리네 보릿고개의 배고픔 안에서 쌀밥을 그리워하듯 말이다.


레시피 : ‘폴렌타’(Polenta, 옥수수 가루를 쑤어 만든 수프의 일종)
▲준비물: 옥수수 가루 250g, 물 1ℓ, 한 찻숟가락(Teaspoon)의 올리브유(엑스트라 버진), 한 찻숟가락의 굵은 소금.
→예전에는 동으로 된 냄비에 폴렌타를 만들었으나, 바닥이 두꺼운 스테인리스 냄비를 써도 좋다.
→냄비에 물을 넣고 올리브유와 소금을 넣고 저어가며 녹인다. 중간 불 위에 옥수수 가루를 비 오듯 뿌려가며 동그랗게 한 방향으로 젓는다. 다 넣은 다음, 계속 35분에서 40분간 저어가며 익혀야 한다. 죽보다는 좀 된 형태의 폴렌타가 되었으면 나무 그릇에 담는다. 일반 접시에 담으면 물이 생기기 때문에 나무 접시를 사용한다.
→폴렌타와 곁들여 먹는 요리로는 송이버섯 볶음이나 돼지갈비를 넣고 푹 끓인 토마토소스를 얹는다.
▲모니카의 팁 : 폴렌타는 주로 이탈리아 북부 농가에서 먹는 가난한 이들의 음식이었다. 밭에서 일하다 모인 대가족의 점심을 일일이 접시에 담아 먹을 수 없다 보니, 커다란 식탁 위에 뜨거운 폴렌타를 펼친 다음 그 위에 돼지갈비의 토마토소스를 얹고 포크 하나로 자기 앞의 폴렌타를 땅따먹기하듯 떠먹는 것이 이탈리아 농가의 예전 모습이었다. 나도 실제로 먹어 본 적이 있다. 남부 풀리아(Puglia)에서는 남은 폴렌타를 굳혀서 얇게 잘라 튀긴 것을 스갈리오체(Sgagliozze)라고 하는데, 길거리 음식으로 이 또한 별미이다. 옥수수 가루는 인터넷에서 살 수 있다. ‘폴렌타용 옥수수 가루(Farina di mais)’로 사면 된다. ‘인스턴트 폴렌타’(Polenta istantanea)라는 것도 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만드는 것이라 제대로 된 맛이 나질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