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희 신부(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서울대학교병원 원목실장)

벌써 여섯 번째 글입니다. 오늘은 병원에서 있으며 원목자로서 느끼는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원목자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환자의 감정을 돌보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감정이 참 어렵습니다. 감정은 그 자체로 당연히 주관적이고, 자신의 감정이라도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원목자는 환자 옆에서 그 감정을 들어주면서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원목자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하느님을 부정하는 환자들을 만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의사에게 듣게 되면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신부님, 하느님은 없습니다.” “하느님에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저는 그동안 성실하고 열심히 신앙생활 했는데, 이제 더는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겠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말을 해주시는 환자분들에게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다시는 하느님을 쳐다보기도 싫은 표정을 비추며 아예 고개를 돌리고 말도 하지 않습니다.
만약 교리를 가르친다면 환자의 태도가 틀렸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은 분명히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정은, 마음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게 됩니다. 하느님이 없다고 말하는 환자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원망도, 부정도, 외면도 말하는 그대로 들어봅니다. 그 말을 통해 환자가 전하고 싶은 마음속 진실이 있는지 살피게 됩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아니라, 마음속의 진실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픈 이들은 수없이 하느님께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기도이고, 삶의 외침이며, 인간이라면 당연한 내면의 울림입니다. 감정의 내용보다는, 하느님을 향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폭풍 같은 감정이 지나가고 주님은 더 가까이 오시기도 합니다. 병고 중에 새로운 ‘나의 하느님’을 만나기도 합니다.
우리의 다양한 감정은 하느님의 자비 속에서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는 재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원목실장 김문희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병원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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