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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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사도직현장에서] 하느님 손을 놓고 싶지 않아요

참 빛 사랑 2022. 7. 5. 17:52

김문희 신부(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서울대학교병원 원목실장)

▲ 김문희 신부
 
 

한 환자분을 만나 몇 달 동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심각한 병세에 이야기 나누는 것도 꽤 많은 힘을 들여야 했지만, 자매님은 방문하여 기도해드리고 나가려고 하면 꼭 제 팔을 잡았습니다. 기도하는 시간도 물론 필요했지만, 단 몇 마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자매님에게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게 힘들게 한 마디 한 마디 나누며 이야기하는 내용은 대부분 ‘외로움’에 관한 것입니다. 그간 혼자 살았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는데, 돌아가신 부모님과 미혼인 상황으로 남편이나 자녀도 없이 홀로 지냈다고 합니다. 성공을 달리는 바쁜 일상에 외로움을 느낄 틈조차 없었는데, 갑자기 큰 병을 겪으며 느끼는 것이 커졌습니다. 물론 간병인이 있고 의료진도 정성껏 보살펴 주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공허함은 더욱더 크다고 호소했습니다.

자매님은 마음 깊이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하느님을 굳게 믿고 있지만, 그분은 응답이 없으시다고 흐느껴 울었습니다. 50년을 넘게 하느님께 기도했지만, 고통스러운 병고 속에서도 주님은 침묵하시는 것만 같아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병이 낫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주님께서 그저 한 말씀만 해주시기를 바라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죽음이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되었습니다. 찾아오는 이도 없고 병실은 공허했습니다. 저는 가끔 자매님 병실에 가서 잠시 앉아있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 힘들게 몸을 일으켜 저에게 물었습니다. “신부님이 제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실 거 같아요?”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 입장을 헤아릴 수 없지만, 자매님 눈길은 답변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손을 놓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 것 같습니다. 이후 두세 번 정도 만나고,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기도 때 맞잡은 손을 꽉 쥐고 놓지 않으려 했던 그 손길이 기억납니다. 비록 외롭고 두렵고 흔들렸지만, 자매님도 끝까지 하느님 손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원목실장 김문희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병원사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