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목 결산

교회는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노동, 인권, 환경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하느님 정의 실현을 위해 지속적 목소리를 내며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참여와 연대를 호소했다. 특히,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개막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따라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갈 것을 약속하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개막 미사가 5월 24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이에 따라 전국 교구와 수도회도 「기후 변화 극복을 위한 본당 활동 안내서」 「‘찬미받으소서’ 행동」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 등을 제작ㆍ배포하며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살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교회의 적극적 움직임과 달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더디기만 했다. 이름만 기후위기 대응법이라고 비판받던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8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겠다는 감축 계획안을 담고 있다. 이에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에 참여한 가톨릭ㆍ개신교ㆍ불교ㆍ원불교 등 4대 종단 위원이 9월 30일 “정부는 탄소 중립 의지가 없다”며 전원 사퇴했다. 종단 위원들은 “2050탄소중립시나리오 안과 2030온실가스감축목표(NDC) 안은 특정 분야의 이해관계나 과도한 고려로 인해 탄소 중립이라는 근본 목적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으로 만들어졌다”며 “탄소 중립과 녹색성장은 함께 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교구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시작하며 ‘2040년 탄소중립 선언’을 해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국 교구 중 처음이며 국내 종교단체 중에서는 최초로 유엔과 정부가 밝힌 탄소 중립 목표 2050년보다 10년 빠르다. 교구는 2030년까지 전력 100% 자급화, 2040년에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30년까지 한강 이남 경기도 지역 222개 성당 전체에서 쓰는 전기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에너지 자립을 이루기로 했다.
하지만 탄소 중립을 위해 신자들의 희생과 지속적 실천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월 가톨릭기후행동이 평신도ㆍ수도자ㆍ성직자 3576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인식 설문조사를 결과를 보면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변한 비율은 99% 달했으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개인 실천은 ‘용기ㆍ장바구니 사용’, ’플라스틱ㆍ일회용품 줄이기’ 등에 그쳤다. 개인 실천을 하지 못한 이유로 ‘타성화된 습관(63.7%)’과 ‘번거로움과 귀찮음(36.3%)’을 답한 비율이 높았다.
후쿠시마 사고 10년, 멀고도 험한 탈핵의 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됐지만, 후쿠시마의 재앙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2월 9일 한국과 일본 가톨릭교회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관련 방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일 교회는 “일본 정부는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처리 시스템을 통해 정화 처리한 방사성 물질인 삼중 수소 함유수(ALPS 처리수)를 해양에 방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삼중 수소가 사산, 다운 증후군, 소아 백혈병 등에 의한 유아기 사망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같은 날, 한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생태환경위원회도 경주 월성 핵 발전소 부지 삼중 수소 누출 사고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교훈에도 탈핵의 길은 더욱 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선자의 원전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며, EU가 국제 기후변화 정책을 주도하는 만큼 ‘어떤 경제 활동이 지속 가능한가’를 분류하는 ‘EU 택소노미’의 결과도 주목된다. ‘EU 택소노미’는 친환경적인 경제 활동에 일종의 ‘그린 라벨’을 붙이는 것으로, 원전과 천연가스가 그린 에너지 범주에 들어갈지 연말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기부의 물결 이어져
1월 서울대교구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이 문을 열고 노숙인에게 첫 도시락을 제공했다. 서울 중구 명동 회현동 골목식당 연합체 남촌상인회에서 만든 집밥을 표방한 도시락이다. 비용은 SK가 전담했다. 교회가 소외계층과 코로나19로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인,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며 나눔과 상생의 장을 만든 모범 사례로 꼽혔다.
기부의 물결도 이어졌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1984·1989년 입학 동기 사제들을 비롯해 개인, 본당, 기업 등의 기부가 추위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노숙인에게 사랑의 온기를 불어넣었다. 정진석 추기경의 유언에 따라 명동밥집에 추기경의 유산 일부가 기부되며 명동밥집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 더욱 커졌다. 6월에는 명동밥집이 자리한 옛 계성여고 운동장에 라파엘나눔 홈리스 클릭닉이 개소, 명동을 찾는 노숙인과 사회적 취약계층에 무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행보 이어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11월 30일 서울 새남터기념성당에서 제19회 세계사형반대의날 기념 조명 퍼포먼스 빔버타이징이 개최했다. 새남터성당은 김대건 신부를 비롯하여 천주교 4대 박해를 거치며 성직자 11명의 사형이 집행된 터에 지어진 곳이라 사형폐지의 의미를 더했다. 이에 앞선 10월 7일,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피델리스) 의원 대표발의로 제21대 국회에 발의됐다.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이 30명에 그치며 사형 폐지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 속에서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6월 25일 2021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남한 내부 갈등 해결과 공감대 형성이 남북관계 개선·한반도 평화 핵심 과제”임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도 코로나19로 최악의 기근과 식량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최빈국의 상황을 고려해 한국의 선교사들을 통한 지원에 나서며 보편적 형제애 실천의 모범을 보였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은 올해 코로나19 긴급식량지원 사업으로 총 13개 국가, 20개 사업에 미화 39만 4300달러(한화 4억 6177만 8000원)를 지원했다.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논란도 일었다. 한국 교회는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하 탈시설 로드맵)에 대해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10월 6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이용이 절실한 상황에 있는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과 연대해 심각한 우려와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부모들이 12월 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앞에서 “중증 발달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채 무조건 장애인들의 생활 기반 시설들을 없애는 탈시설을 하자는 것은 결국 정부가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국회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두고 교회 노동ㆍ인권 단체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각 교구 노동사목위원회도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 복직을 촉구하는 등 고통받는 노동자와 연대하며 노동과 인권의 소중함을 알리는 행보를 이어갔다.
한편,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사회복지위원회, 생명윤리위원회 등 8개 위원회가 작성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대상 정책 질의서를 각 정당 대선 후보자에게 보내 답변을 요청키로 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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