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대교구장 착좌식에서 교구 사제단이 신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에게 순명을 서약했다.
정순택 대주교가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8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는 착좌 미사에 참여하려는 신자들로 붐볐다. 명동대성당을 비롯해 꼬스트홀과 영성센터(구 계성여고) 강당과 파밀리아 채플에 미리 도착한 신자들은 기도하며 착좌 미사를 기다렸다. 착좌 미사의 주인공은 정순택 대주교였지만, 미사 전례 내내 겸손한 목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였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울대교구민은 새 교구장 탄생에 기쁨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특별취재단
목장 건네받고, 주교좌에 착좌
착좌 미사는 입당성가 ‘떼 데움(Te Deum, 감사의 찬미가)’이 경건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긴 행렬로 문을 열었다. 시노드 정신에 따라 청소년과 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 30명이 행렬의 첫 자리에 섰다. 이어 교구 사제평의회 위원 사제들과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행렬이 뒤따랐다.
오랜만의 긴 입당행렬로 명동대성당 마당에는 신자들과 취재진들이 몰렸다. 긴 입당 행렬을 기다리는 동안 정 대주교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눈을 감은 채 고요히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예전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정진석 추기경이 교구장이 되실 때에 드디어 새 교구장님을 성령께서 뽑아주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도 바로 서울대교구장으로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을 성령께서 선택하셨고, 세워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지도자로, 새 교구장님을 세우신 것입니다.”(염수정 추기경)
착좌식이 시작되자,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독서대에 올라 긴장된 목소리로 먼저 축하 인사를 전했다. 염 추기경은 “정 대주교님은 우리 교구의 시노드를 통해 성령께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친교를 나누고, 경청하며 화해하는 모습으로 참된 목자의 역할을 다하며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세상에 복음을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가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에게 교령을 청원하자, 슈에레브 대주교가 사제와 신자들에게 교령을 펼쳐 보였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순택 대주교를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교령을 낭독했다.
“존경하올 정순택 베드로 형제에게 인사와 사도적 축복을 보냅니다.(중략) 지금까지 서울대교구에서 보좌 주교직을 현명하고 충실히 수행했던 존경하올 형제인 그대에게 교구장의 역할을 맡기는 것이 적합하다 여겨집니다. (중략) 그대를 서울의 대주교로 지명하며, 법적으로 주어지고 의무로 부과되었으며 교회법에 의거하여 귀속된 동일한 직무에 임명합니다.”
교령 낭독이 끝나자, 슈에레브 대주교와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는 착좌록에 서명했다. 이어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는 목장을 새 교구장에게 전달하자, 이를 숨죽여 지켜보던 사제와 신자들이 큰 박수로 축하했다. 이어 슈에레브 대주교와 전임 교구장의 인도로 정 대주교는 주교좌에 착좌했고, 축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목장을 짚고 주교좌에 착좌한 정 대주교는 신자들을 향해 목례하고, 크게 숨을 들이쉬며 눈을 감고 기도했다.
마침내 새 교구장이 된 정 대주교는 떨리는 걸음으로 제단에 함께 있는 주교들을 일일이 찾아가 깊게 고개 숙여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교구 사제단의 순명 서약을 받고,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 대표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먼저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공로와 업적을 상세하게 언급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124위 시복 미사를 봉헌한 장소가 광화문 광장으로 결정된 것’, ‘순교자 현양 신심이 교회 안에 깊게 뿌리내린 것’, ‘교회의 땅 한 톨 없던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지에 순교성지를 조성한 것’,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끊지 않은 것’, ‘서울대신학교를 성좌 승인 교회대학 과정으로 만든 것’ 등이다.
이어 정 대주교는 “염수정 추기경님의 많은 업적을 잘 계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면서 “한편, 또 다른 면에서는 앞으로 2030년대를 향해 가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교회상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고 고민하고 찾아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의 영성적인 삶을 깊게 해 나가는 데 힘을 모으고 △젊은이들을 동반하는 데에 더 힘쓰는 교회가 되도록 △시노드를 통해 교구가 쇄신하고 변화하는 교회가 되기를 희망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