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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75)심리학은 과학인가 (상)

참 빛 사랑 2021. 6. 1. 21:02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1993년 한 침대 회사의 광고 멘트다. 회사는 이 광고 덕에 독보적인 판매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이 광고는 의도와 달리 허위과장 광고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TV 뉴스에도 나온 이 사연은 다음과 같다.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저학년 시험 문제에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라는 문제를 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침대’를 답으로 골랐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가 되자 침대 회사 측은 결국 “잠이 보약입니다”로 광고 문구를 바꿨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한다는 명목하에 (사)한국심리학회와 수의계약을 맺고 ‘심리서비스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을 만들기 위해 실시한 연구보고서와 이를 기초로 만든 법 조항을 보면 28년 전 한 침대 회사의 광고 문구를 연상케 한다. 이 법은 “심리학은 과학입니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의 행간에 숨겨진 의미는 “심리학자는 과학자이다. 심리학자가 수행하는 심리치료는 과학적 심리서비스이다. 따라서 양질의 심리서비스는 과학자인 심리학자들만 수행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서비스법 연구 보고서에는 현재까지 활성화되어 있는 심리서비스(실제로는 심리상담)를 유사 심리서비스로 규정하고 이것을 “과학적 원리와 심리학적 지식에 근거한 양질의 심리서비스와 혼돈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국민의 마음건강을 챙겨왔던 수많은 심리상담자에게 이처럼 모욕적인 표현은 없을 것이다.

이에 5월 전국의 심리상담 분야 전공 교수 1570명이 심리서비스법 제정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이 법이 일부 심리학자들의 직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악법임을 강조하고 다수의 심리상담 전공자들과 함께 심리서비스 법제화를 무효화하고 입법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의 공식 사과와 연구보고서 전면 수정을 천명했다.

논쟁의 핵심은 이 법에서 사용된 ‘심리서비스’란 용어가 실제로는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 혹은 ‘심리교육’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미 심리상담 분야는 심리학 외에도 아동학, 청소년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가족학, 신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심리상담 전문가를 양성해 왔다. 이들은 대학과 대학원 졸업 후에도 전문 학회에 소속되어 엄격한 임상수련을 거쳐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사, 상담심리사,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 등과 같은 심리상담 영역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심리상담 전문가는 각 대학의 다양한 학문적 전공 안에서 상담심리학을 기초로 한 전문가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다. 즉 특정 학과가 상담심리에 대한 모든 학문적 지위를 독점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의 학제에서도 교육대학원(School of Education) 안에 심리상담학과(Department of Counseling Psychology), 교육심리학과(Department of Educational Psychology), 임상심리학과(Clinical Psychology) 등이 속해있다. 이들은 상담심리전공, 교육심리전공, 임상심리전공자로 불리지만 학위는 교육학 전공으로 나가지 심리학 전공으로 나가지 않는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은 대부분 순수심리학이나 기초심리학이 아닌 응용심리학에 해당한다. 상담과 심리치료는 엄연히 응용심리학 분야이다.

심리학회에서는 심리학과에 속한 심리학 분야를 전공해야만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양질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학만이 과학이고 타 학문은 과학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주장의 실제적인 목적은 자신의 학과 출신들에게 직업적 이익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마치 침대는 과학이라는 말이 침대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침대를 많이 팔기 위한 목적인 것처럼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심리학은 과연 과학인지 따져 물어야겠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