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열 (골룸바,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 장은열 선교사
망 네스터씨는 내가 에이즈 환자 사목을 하면서 만나게 된 분이다. 오래전 부인과 사별하고 슬하에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뒀다. 그는 에이즈 감염인인 막내딸 조나와 ‘감염인과 가족을 위한 정기 모임’에 참석했다.
조나는 엄마를 통해 에이즈에 걸린 경우인데 조나의 엄마는 조나가 두 살이 되던 해에 에이즈로 인한 합병증인 기회감염으로 돌아가셨다. 조나의 엄마는 가난 때문에 중동의 한 국가에 간호인으로 취업을 갔다가 고용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과 아울러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본국에 강제로 송환된 후 태어난 아이가 조나다. 당시에는 드물게 에이즈로 인해 본국에 송환된 사례였고 이는 신문 기사화됐다. 이후 친척과 친구, 그리고 이웃 사람들이 조나 가족을 멀리하기 시작하면서 가족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망 네스터씨가 먼 길을 마다치 않고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는 다른 감염인 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싶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틈틈이 홀로 입원해있는 환자들을 방문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중 앞에서 감염인 가족으로 사는 삶을 나누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조나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아이였다. 아랍인의 용모로 놀림을 받고 건강 때문에 자주 결석을 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의사가 되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나는 13살이 되던 해에 하느님 곁으로 가고 말았다.
선교사로 살면서 불평등한 현실을 만나게 되고 그것을 바꿔보고 싶은 열망은 꺼지지 않았다. 망 네스터씨는 자신이 겪었던 온갖 불행한 일을 사랑으로 되돌려주는 어둠 속의 빛과 같은 사람이다. 하느님께 불평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분이 아닌가 한다. 나를 조금 더 인간적인 사람으로 변화시켰듯이 말이다. 정말 변해야 할 것은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장은열(골룸바,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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