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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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66)변화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상)

참 빛 사랑 2021. 3. 31. 21:54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으로 하는 수 없이 상담실을 찾은 즈카르야는 다소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상담소를 전전하면서 여러 상담자를 만나보았지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또 신부님을 만나보라니…. 즈카르야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서른을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즈카르야는 이렇다 할 직업도 없이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있었다. 깊은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자살소동까지 벌였다. 가족들은 더이상 즈카르야를 돌보아 줄 힘이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였다. 가족들이 하나둘 마음의 문을 닫아걸기 시작하면서 즈카르야의 지지 기반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그만큼 자신의 살아가야 할 이유도 희미해지기 시작하였다.

즈카르야는 중학교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공부를 잘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와 왕따를 당한 후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집안에 틀어박힌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까지 자신의 상처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즈카르야는 자신이 누구를 만나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누구의 도움 이전에 자신이 먼저 상처를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람들은 스스로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말하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이 너무도 답답했다. 수많은 심리학 서적과 자기계발서들을 통해 정보를 얻어보았다. 하지만 자존감 회복과 우울증 극복을 위한 수많은 조언을 읽고 있노라면 자신이 치유되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상처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이 더 패배자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이처럼 과거의 상처로 인해 현재의 삶이 멈춰버린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무기력을 체험하고 있다.

삶의 방향과 목표를 잃어버린 사람은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과 같다. 설사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 목적지를 알려준다더라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왜 내가 그곳에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운전을 해서 서울에 가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도대체 왜 내가 서울에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처럼 말이다. 따라서 삶의 방향과 목표는 누가 제시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누가 제시해 준다더라도 별 의미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즈카르야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집에 틀어박혀 은둔생활을 선택하였다. 자신이 몰고 가던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 고장이 나 잠시 멈춰 선 상태와 같다. 하지만 목표를 잃어버린 시간이 길어지자 즈카르야는 점차로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도 잃어버리고 있었다. 마치 방향을 잃어 잠시 멈춰 선 자동차가 시간이 흐르면서 연료도 떨어져 가는 상황처럼 말이다.

즈카르야는 삶의 목적의식과 의미를 잃어버리며 극심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져있었다. 수많은 시간 동안 심리상담을 받아 인생의 목적의식을 회복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상담의 효과는 내비게이션을 수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삶의 목표와 목적을 다시 인지적으로 회복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알았지만 연료가 바닥이 나고 있었다.

수많은 상담과 심리 서적을 통해 어떻게 하면 우울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것을 실천할 의욕이나 의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변화를 위한 정보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