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영성생활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64)나보고 어쩌라고 (중)

참 빛 사랑 2021. 3. 15. 21:16

 



마태오는 제대회 자매의 실수를 본당 신부님에게 먼저 말씀드리지 않고 직접 지적했기 때문에 야단을 맞았다고 생각했다. 본당 신부님은 본당에 관련된 모든 사실을 먼저 보고받아야 하는 책임자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지적일 것이다. 하지만 마태오는 비록 절차의 문제는 있었지만, 미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눈치도 없고 너무 의욕이 앞선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잘못된 일에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마음을 공감받지 못해 속상한 것 같았다.

그러나 웬만한 사람이라면 본당 신부님이 마태오에게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나는 제대회 자매가 그 지적을 받고 난 후 어떤 표정이었는지, 그 이후 마태오를 대할 때 뭔가 다른 느낌을 받은 적은 없는지를 물었다. 마태오는 그 당시 자매의 표정이나 태도가 변한 것은 알 수가 없지만, 그 후로 자신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대화가 이 정도까지 진행됐다면 본당 신부님이 자신에게 진심으로 하고자 한 말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한다. 하지만 마태오는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태오는 제대회 자매가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자신에게 지적받은 사실을 본당 신부님에게 고자질한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지적을 당하면 누구나 기분은 나쁠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하여도 잘못을 알려주어 시정됐으면 일단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닐까?’ ‘자매의 하소연을 듣고 나의 상황과 의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절차를 지적하시는 신부님은 왜 나만 미워하는 것일까?’ ‘앞으로 상황이야 어떻든 간에 본당에서 신학생이 신부님에게 지켜야 할 예의와 절차만 잘 지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마태오는 신학생 신분으로 본당에서 생활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하루빨리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신자들은 자신을 신학생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았고, 본당 신부님은 자신의 말과 행동 그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마태오는 마치 벼랑 끝에 내몰린 처지처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앞에서 언급한 바처럼, 이 문제의 핵심은 신학생이 신부님께 먼저 상의하지 않고 직접 제대 회원의 실수를 지적해 주었다는 점이 아니다. 즉 신학생이 지켜야 할 절차를 지키지 않았던 행동을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지적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마태오가 제대회 자매의 실수를 알아차렸을 때 곧바로 본당 신부님에게 찾아가서 보고했다면, 과연 본당 신부님은 절차를 잘 지켰다고 칭찬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예상되는 답변은 긍정적 반응이다. “아! 그래? 알았다. 내가 직접 자매에게 전화해서 촛대를 하나 빼라고 할 테니 그리 알거라. 미사 전에 빨리 알려주어서 고맙구나.” 두 번째로 예상되는 답변은 부정적 반응이다. “아! 그래? 그럼 자네가 직접 그 자매에게 말해주면 되지 그걸 왜 바쁜 나에게 말하는 거지?”

마태오는 자신이 겪은 사건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본당 신부님이 자신을 미워하기에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는 것처럼 느끼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제대회 자매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본당 신부님에게 먼저 알렸다 하더라도, 부정적 답변을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됐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마태오는 본당 신부님이 자신에게 요구했던 절차의 문제는 이 사건의 핵심 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당 신부님이 마태오에게 원했던 것은 절차를 지키는 과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달으라는 것이었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