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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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생활

[사도직현장에서] “뭐하고 싶으세요?”

참 빛 사랑 2020. 10. 13. 21:25

김호균 신부(대구대교구 노동사목부장)

▲ 김호균 신부





휴양하다가 복귀할 때 즈음 주교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주저 없이 말씀드렸습니다.

“노동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조금 의아하셨는지, “본당 나가주시면 좋은데, 본당에 사람이….”

그래도 제가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으니 주교님이 다시 물으셨습니다.

“어떤 노동요?”

“택시 운전요.”

“알았다”고 하셨었습니다.

갸우뚱하시며 걸어가시는 주교님의 뒷모습에서 난감함이 읽혀졌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뒤에 만날 일이 있어서 다시 만났습니다.

“신부님 말씀하신 것을 고민해 봤는데 그건 좀 그래요. 택시 사려면 돈도 들고. 그냥 노동 사목하는 사제로 살아가 주시면 어떠신가요?”

‘법인택시 몰면 되는데요’라는 준비된 말이 생각났지만, 입맛을 다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로 택시 운전을 했으면 사납금을 물어가며 일을 해야 하니까요. 그 대신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아픔을 읽어 냅니다. 지금 먹고사는 문제에 시달리는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든 분을요.

휴양할 때에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과 동떨어져 산다는 의미는 아닌데 이상하게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가는 경우를 많이 느꼈습니다. 강론이 삶에서 동떨어져 있었고, 삶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질적인 사람으로 살아갔던 것을 경험했던 시간이기도 했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사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었습니다.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속물이 되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공감한다는 말이겠지요. 그 공감이 강론이 되고, 삶으로 비추어졌을 때 예수님의 제자라는 것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고요. 교우분들이 바라는 것은 신부에게 기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당신들의 아픔을 알아달라는 것인데….



대구대교구 노동사목부장 김호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