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상처의 기적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흑백텔레비전에서 컬러텔레비전으로 바뀐다는데, 어린 제 머리로는 아무리 궁리해도 이해가 안 됐습니다.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컬러텔레비전이 상용화되고, 신세계가 열렸죠. 이렇듯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늘 감탄과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오상의 성 비오 신부」 DVD를 보면서 어릴 적, 네모난 브라운관을 통해 본 주말 명화극장처럼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우리말로 더빙된 옛날 컬러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죠. 의외로 좋았습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니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게 됐고요.

전쟁과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의 고통을 대신 겪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린 성인은 두 손과 발, 가슴 다섯 군데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이 고통은 50년 간 피를 흘리며 계속되죠. 실제로 칼로 꿰찔리는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못에 뚫리는 통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신부님의 기도로 눈먼 아이가 보게 됩니다. 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폴란드 교구 사제로 있을 때 비오 신부님을 찾아오기도 하고, 편지로 기도 부탁도 하시는데요, 역시 신부님의 기도로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한 가정의 가장이 암에서 완치된 일화가 들어있습니다. 그분은 살아서도 기적, 죽어서도 기적을 일으킵니다.

비오 신부님이 집전한 고해성사와 미사에 참례한 이들은 큰 은총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카푸친 작은형제회에 입회한 후 이태리 수도원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지만, 동시에 다른 곳에서 발현했다는 증언도 잇따랐죠. 그분께 많은 사람이 몰려옵니다. 살아생전 성인으로 추앙받기도 하고, 반대자들의 모함과 질시를 받기도 합니다.
후일 오상의 비오 신부님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시복하십니다. 이렇듯 같은 시대 성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볼 때 저는 가슴이 뜁니다.
영화를 보며 저는 비오 성인의 이런 모습이 들어왔어요. 하느님을 누구보다 가까이 느끼고 예수님의 고통을 온 몸으로 껴안은 영혼, 성모님께 평생 자신을 의탁하며 누구보다 죄를 아파했던 분, 어떤 처지에서든지 주님 앞에 머물며 기도했던 겸손한 사제,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신뢰한 섭리의 성인으로요.

본당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좋은 영화를 보여주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문의하시는 것이 우리말로 더빙되어 있느냐는 질문인데요,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좋은 영화가 곧 절판됩니다! 앞으로 구매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습니다. 단 예순 여덟 분께 열려있습니다.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