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을 목전에 둔 수많은 어르신을 만났을 때의 눈빛이 저러했을까. 전국 요양병원을 다니며 노인 사목을 해온 이야기를 담은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의 저자 최성균 신부의 눈빛에 성모님을 향한 공경심과 함께 선종자들에게 줬을 위로가 배어 있는 듯하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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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 |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
최성균 신부 지음 / 가톨릭출판사 / 1만 2000원
평생 자식 뒷바라지하고 시집ㆍ장가 다 보내고 난 뒤 삶의 끝에 남은 것은 1평 남짓한 요양병원 침실뿐. 전국 1400곳이 넘는 요양병원과 어두운 단칸방에서 오늘도 홀로 병환과 고독에 신음하며 생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있을 수많은 어르신들 얘기다. 사람들은 “고령화 사회다”, “교회에 노인밖에 없다”고 쉽사리 한탄만 하지만, 정작 여생을 ‘지옥’처럼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삶은 외면하고 있진 않은가. 그런데 여기 ‘지옥’ 같은 삶을 사는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가 ‘구원의 천국’에로 이끄는 사제가 있다.
“저는 마음이 무겁고 몸이 병든 어르신들 영혼의 배설물을 치워주는 ‘영적 똥지기’입니다. 그저 주님의 작은 몽당연필로서 성사를 주고 하느님께 인도하는 일을 할 뿐입니다.”
최성균(서울대교구 성모노인쉼터 담당) 신부는 노인사목 전문 사제다. 남들이 골방에서 노인사목의 대안만 골몰하고 있을 때 최 신부는 몸이 아파 성당에 가지 못하고, 죽기 전에 신부님을 한 번 뵙는 게 소원인 노인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제겐 관할 구역이 따로 없어요. 곳곳의 요양병원을 찾아다니는 전국구죠.” 2000년 본당과 주변 어르신을 돕는 노인 사목을 시작한 최 신부는 2007년부터는 직접 요양병원을 찾아가고 있다. 벌써 전국 200개 요양병원에서 2만 명이 넘는 어르신들에게 고해ㆍ병자성사, 대세를 베풀었다.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최 신부가 죽음을 앞둔 수많은 어르신을 만나며 ‘주님 사랑’을 전한 감동적인 사연들을 엮은 사목 일기다.
한 요양병원 중환자실. 코에 고무관을 꽂고 겨우 연명 중이던 신 베드로 할아버지는 최 신부와 성체를 보자마자 이내 얼굴이 상기됐다. 어르신은 힘겹게 자신을 베드로라고 소개했고 생애 마지막 성체를 모신 뒤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중환자실. 병실 한편에서 한 할머니가 몸을 연신 흔들고 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자신이 신자임을 사제에게 온몸으로 알리려는 몸부림이었다. 최 신부는 병자성사를 베풀었고, 할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간신히 성호를 긋고 성체를 모셨다. 할머니는 손바닥에 어렵사리 ‘모니카’라고 적어 보이며 눈물을 흘렸다.
“신부님, 이런 복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주님의 기도’를 따라 읊은 라파엘 할아버지는 병실을 찾아온 최 신부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20년간 냉담 중이던 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신부님을 좀 모셔 오라고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기억력이 다해 자신의 세례명과 기도문조차 잊어버린 어르신 곁에서 함께 기도를 바치고, 요양병원을 전전하느라 묵주를 잃어버린 어르신에게 자신의 묵주를 내드리고, 불과 선종 1분 전에 대세를 베푸는 등 ‘천국 안내자’ 최 신부의 감동적인 노인 사목 이야기가 셀 수 없이 펼쳐진다. 간혹 “천주교 신부 맞느냐”고 묻는 간호사의 홀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르신들을 향해 직진하는 이유는 한 사람이라도 하느님 품에 들도록 인도하기 위함이다.
“아웅다웅 나름 열심히 살고 나면 그 끝은 기쁠 것 같지만, 막상 허망합니다. 정상에 올라도 허탈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신앙’뿐입니다. 참 행복과 사랑이 있는 하느님 나라가 우리 삶의 목적이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내내 최 신부 앞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노트와 묵주가 놓여 있었다. 상조회사와 장례식장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종자 명단을 취합한 것이다. 1만 2000명에 이르는 얼굴도 모르는 신자ㆍ비신자 선종자들의 이름을 돼뇌며 매일 기도해온 최 신부만의 사목이다. 책장 한편에는 최 신부가 기도해온 86만 명에 이르는 선종자 노트가 빼곡히 꽂혀 있었다.
“인간 삶의 행복은 돈이나 맛있는 음식으로 메꿔지진 않습니다. 주님 사랑과 기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입니다. ‘구원의 사각지대’에 계신 어르신들께 하느님 사랑을 알려드리는 것. 제가 노인 사목을 하는 이유입니다.”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벌써 2쇄에 들어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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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피스ㆍ완화의료 의미 있는 삶의 완성 |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의미 있는 삶의 완성 / 노유자 외 공저 / 현문사 / 3만 4000원
윤리ㆍ신학ㆍ인문ㆍ사회ㆍ의학ㆍ간호학 교수,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등 25명 이 머리를 맞대고 집필한 호스피스ㆍ완화의료 개론서다. 총 15장으로, △죽음에 대한 이해 △죽음에 대한 태도와 반응 △호스피스ㆍ완화의료 개요 및 운영 관리 △사별가족 돌봄을 비롯해 호스피스 돌봄 제공자의 스트레스 관리 방법까지 폭넓게 다뤘다. 또 호스피스ㆍ완화의료에서의 미술ㆍ원예ㆍ음악ㆍ아로마 요법도 소개했다.
대표 저자 노유자(쟌드마리,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녀는 “2018년 2월부터 시행된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로 호스피스 대상자가 확대되는 등 사회적 상황이 변함에 따라 새로운 호스피스ㆍ완화의료에 관한 책의 필요성이 대두돼 책을 출간했다”며 “호스피스ㆍ완화의료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수녀는 1980년 미국에서 호스피스를 접하고 1986년 「암환자」를 발간해 호스피스에 대한 내용을 한국에 소개했다. 가톨릭대 간호학을 졸업한 노 수녀는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장,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장을 지냈다.
많은 이들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한 노 수녀는 “호스피스ㆍ완화의료는 말기 환자와 가족의 총체적 고통을 경감시키고 삶과 죽음의 질을 높여 복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다”며 “인간 삶의 완성인 죽음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도록 돕는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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