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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13) 아무르 & 병든 아이.

참 빛 사랑 2018. 3. 1. 13:20


죽음 앞에 누가 초연할 수 있을까


▲ 영화 ‘아무르’ 포스터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 죽음 앞에서 누가 초연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죽음, 가까운 가족의 죽음, 나의 죽음 …. 어떤 죽음이든지, 죽음은 버겁다. 2012년 겨울 개봉한 영화 ‘아무르’는 80대 노부부의 일상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비춰준다. 거장 미카일 하네케 감독의 카메라는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의 숨소리와 눈빛마저 하나하나 모두 끄집어냈다.

과거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여주인공 안느는 남편 조루즈와 함께 제자의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 날, 그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기억이 끊긴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던 노부부는 이 또한 극복할 수 있는 작은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술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안느의 몸 오른쪽에 마비가 온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노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눈앞에 닥친 질병을 해결하려고 한다. 장성한 자녀의 도움마저 거절한다. 평생을 누구보다 자신 있게 산 안느. 이제 남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뗄 수가 없다. 제자가 스승을 찾아온 날, 그 자리엔 치매에 갇혀 고통받는 노파만이 있었다. 지난날의 화려한 기억마저 빛을 잃고 스러진다.

최선을 다해 안느를 돌보던 조루즈마저도 어느 순간 힘겹다. 그 자신도 보살핌을 받아야 할 노인이었다. 출장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안느를 돌보려고 했지만, 안느를 대하는 간호사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 자식의 도움조차 거부한 노부부.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안느를 지켜보면서 조루즈는 안느를 죽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영화의 배경은 대부분 노부부의 아파트였다. 서재를 꽉 채운 수많은 책들과 피아노.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책. 단순하지만 질서 있는 생활환경은 두 사람의 성격을 대변하는 장치다. 안느가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들의 시간은 더 피폐해져만 간다. 병마가 갉아놓은 삶의 구멍을 병약한 노인의 손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뭉크 작 ‘병든 아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른 화가는 노르웨이 국민화가이자 판화가인 에드바르 뭉크(1863~1944)였다. 뭉크는 상류층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은 유난히도 어두웠다. 그의 초기 작품에 투영된 어둠은 가족의 죽음과 질병이었다. 어린 그가 그토록 버겁게 맞이한 것은 가족의 죽음이었다. 5살이 되던 해에 엄마가 폐결핵으로 그의 곁을 떠났고, 14살 때에는 엄마처럼 자신을 돌봐주던 누나마저 폐결핵으로 죽는다. 그 자신조차도 병을 평생 몸에 달고 살았다.

그의 작품 속 배경이 된 집은 병든 가족을 위해 어두운 조명과 절제된 슬픔으로 가득하다. 병마와 싸우는 어두운 병실에는 조금의 빛만이 허락됐다. 병든 가족의 고통을 바라보는 ‘병든 아이’인 어린 뭉크는 인간의 슬프고 어두운 면에 빠져들었다. 그는 “병약한 육체, 질병, 죽음은 자신을 찾아든 검은 옷을 입은 천사였다”고 말한다. 그는 붉고 어두운 색채로 비통한 죽음을 그렸다. 뭉크는 인간 본성에 숨겨진 어둠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미술사적 평가를 받는다.

미카일 하네케 감독 또한 가족의 죽음을 애틋하게 다뤘다. 그가 내걸었던 안느 역 캐스팅 조건 중 하나는 성형 수술을 하지 않은 여배우라고 한다. 안느 역을 맡은 엠마뉴엘 리바(1927~2017)는 촬영 당시 이미 80세가 넘은 노인이었다. 그는 죽음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고, 영화 ‘아무르’로 최고령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의 용기가 진정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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