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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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 공연전시

[배우화가 김현정의 영화 & 명화] (10) 인생은 아름다워 &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참 빛 사랑 2018. 2. 2. 12:38


숭고함으로 기억될 이들의 뒷모습



▲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 고갱 작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밀려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아버지는 우스꽝스럽다. 아버지는 거짓말로 어린 아들에게 주문을 건다. 극한의 공포가 엄습하는 수용소는 어린 아들에게 어느새 신나는 단체게임의 공간으로 변한다. 영화는 어른이 된 아들의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이 영화는 제 이야기입니다. 제 아버지가 희생을 당한 이야기. 그날 아버지는 저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로마에 갓 상경한 시골 청년 귀도는 무일푼이지만 말재주가 좋다. 그는 상류층 집안의 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해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하고 아들 조수아를 낳아 행복하게 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치의 유다인 말살정책으로 유다인인 귀도와 아들 조수아는 죽음의 수용소로 끌려간다. 아내 도라는 유다인은 아니었지만 자발적으로 남편과 아들을 따라 수용소행 열차에 올라탄다.

탱크는 어린 아들에게 세상에서 무엇보다 멋진 장난감이다. 귀도는 조수아에게 수용소가 술래잡기하는 곳이며, 들키지 않고 먼저 1000점을 달성하면 선물로 진짜 탱크를 받는다고 속인다. 전쟁에 패한 독일군은 수용소의 모든 유다인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귀도는 어린 아들을 등에 업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시체 산을 보고 포기한다. 급하게 아들을 숨긴 그는 아내를 찾다가 경비병들에게 잡히고 만다.

끌려가던 중 어린 아들과 눈이 마주친 귀도는 광대처럼 걸으며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순간 관객들은 철없는 아이의 웃음과 숭고한 부성애에 눈시울을 적신다. 텅 빈 수용소를 점령한 미군은 조수아를 발견한다. 아빠의 말대로 게임에 이겨 탱크를 가진 줄 아는 아이는 엄마까지 만나게 된다.

1999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감독과 주연을 맡은 로베르토 베니니는 인터뷰에서 슬프거나 황당한 사건에서 발생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참혹한 전쟁과 죽음 앞에서 한 아버지의 인생은 아름다웠다!

영화를 본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문득 몇년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봤던 폴 고갱(1843-1903)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이 생각났다. 프랑스 브르타뉴 퐁타방에서 그린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1891년 4월 타히티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당시 고갱이 추구한 세 가지 타입의 자신이 존재한다. 화면 왼쪽의 ‘황색 그리스도’는 예술가인 자신의 숭고함을 상징한다. 오른쪽에 그려진 ‘그로테스크한 얼굴 형태의 자화상 항아리’는 그가 주장하던 인간의 원시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캔버스 중앙에 있는 이가 작가 자신이다. ‘절대 화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가 표정으로 드러난다.

이 자화상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자살한 후 그린 그림이다. 1888년 고갱은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화가 공동체를 꿈꾸던 고흐를 만나 9주간을 함께 한다. 밤마다 ‘전기 스파크가 튀는 것’ 같았던 예술 논쟁에 두 화가는 지쳐갔다. 고흐는 자신을 떠나는 고갱에 분노한 나머지 자신의 귀를 잘라버린다. 이 일에 고갱은 진저리를 치며 영원히 그와 결별한다.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파괴적인 우정으로 남은 고흐와 고갱. 고흐가 죽도록 싫다며 고갱은 브르타뉴 지역으로 갔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훗날 영원한 짝으로 기억되는 신화로 남으리라는 것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