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5살 때였어요. 친척 집에 갔다가 먼지가 뿌옇게 앉은 업라이트피아노를 열고 이것저것 눌러본 게 시작이었어요. 건반이 내려가던 그 감각과 피아노에서 나던 맑고 청아한 소리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그런 소리가 날 수 없는 악기였는데, 아마도 운명적으로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TV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의 선율을 혼자서 찾아냈는데, 그 희열에 완전히 넋이 나갔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지금까지도 그런 느낌으로 건반 앞에 앉아있어요.
▶하느님이 주신 재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왜 그런 재능을 주셨다고 생각하세요?
‘피아노를 작게 만들 수 있다면 끌어안고 자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항상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좌절할 때마다 욕심에 눈이 멀어 가는 자신을 경계하고 꿈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느님께서 저를 꿈을 절박하게 지켜내는 사람과 지켜내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이로 성장시켜주신 것이 은총이라 생각해요. 현실의 벽을 두고 하는 수많은 선택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공감할 수 있게 되었죠. 음악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이에게 벗이 되고자 하는 제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존중’입니다. 존중을 바탕으로 상황과 상대를 마주한다면 누구나 예수님의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존중보다 판단을 먼저 해 버리면서도 ‘누구나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어요. 서로가 한 호흡만 쉬어가며 편견과 판단 없이 상대를 바라봐줄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평화로운 개개인의 삶이 되고 나아가 상처를 주고받을 일이 줄어드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련을 겪을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요?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끔씩 꼭 안아주면서 하는 말씀이 있어요. “내 보석, 내 다이아몬드, 내 루비, 내 사파이어….”(웃음) 그렇게 사랑받고 있는 아들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뇌곤 했어요. 그리고 그 사랑이 저를 통해 다른 아픈 누군가에게 기댈 곳이 되어 주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하는 거죠. 그렇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한 단계 더 성숙한 사람, 발전한 전문가가 되어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요.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준 성경 말씀이 있다면?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태 22, 37) 내가 내는 한 음 한 음이 하느님이고, 지금 나와 함께하는 이가 하느님이고, 무대를 함께 만드는 이들이 하느님이며, 객석을 채운 관객이 하느님이라 생각하며 ‘나는 과연 하느님을 내 마음과 목숨과 정신을 다하여 사랑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요. 많이 부족하지만 늘 이렇게 고민하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방법이나 비결이 있다면?
매일 아침 오늘 꼭 해낼 수 있는 쉽고 작은 목표를 세워요.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칭찬 3가지씩 해주기’, ‘연습 끝나고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 말해주기’, ‘기분 나쁜 일이 생겼을 때 호탕하게 웃기’, ‘책을 10페이지 읽기’, ‘오늘은 어제보다 1㎞ 더 뛰기’ 등이에요. 작은 성취를 매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기적이다’라고 느꼈던 체험이 있다면?
2012년 사순 시기 어느 금요일이었어요.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사순 시기인데 십자가의 길을 한 번은 해야지”하는 부모님 말씀에 성당으로 따라나섰죠. 십자가의 길 내내 멍하니 있었다가 딴생각에 빠졌어요. 그런데 갑자기 십자가를 향해 경배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제가 골고타 언덕에 서 있는 거예요. 예수님께서 피를 흘리시는 십자가 바로 밑에 제가 있었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현실과 중첩돼서 보였어요. 환시를 본 거예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핸드폰에 글을 적었어요. 그 글은 수정 없이 2013년에 발매한 성가 앨범 ‘고백’에 실린 ‘구원’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되었어요. 다시없는 특별한 체험이었죠.
▶앞으로의 에드윈 킴의 꿈이 있다면?
저와 같이 자신의 분야에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헌신하는 전문가를 모아 커뮤니티를 만드는 거예요. 기술이 인간의 완벽을 대신하는 시대에서 그들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로 세상을 ‘사람 냄새’로 흔들기를 바라요. ‘주님의 숨결’이 담긴 콘텐츠가 조금 덜 싸우고 함께 지켜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해요.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