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기획 연재

피아노 한 음 한 음에 하느님 사랑의 마음 담아 연주합니다

참 빛 사랑 2022. 6. 13. 18:45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25) 클래식 피아니스트 에드윈 킴(김성필) 바실리오

▲ 클래식 피아니스트 에드윈 킴이 지난해 3월 열린 앨범 쇼케이스 현장에서 미소 짓고 있다. 문덕관 제공
 
 
 

클래식 피아니스트 에드윈 킴(김성필 바실리오)은 다채로운 음색에 더불어 이성과 감성의 정제된 조화가 돋보이는 연주자라고 평가받는다. 그는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다니다 미국으로 유학,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거쳐 존스홉킨스대학 피바디 음악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수상이나 연주회 경험과 같은 이력은 종이 몇 장으로 소개하기 모자랄 정도다. 그는 클래식의 보편화를 위해 노력한다. “클래식은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대중 모두가 함께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실내악 연주뿐 아니라 공연기획, 작곡과 편곡, 보컬 코치, 보컬리스트까지 겸업하는 이유다.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관객과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해 길거리공연도 마다치 않는다. 그는 올해 6월 초 캐나다로 떠나 8월 말까지 강의, 마스터클래스 및 독주회 등을 한다. 나는 에드윈 킴에게 그가 한국에 귀국하는 9월, 명동 파밀리아 채플에서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다.



▶언제 천주교 신자가 되었나요?

초등학교에 입학할 쯤에는 개신교 교회에 나갔어요. 제가 흥미를 못 느끼고 가고 싶어 하지 않자 가톨릭 모태신앙이셨던 어머니가 “성당 한번 가 볼래?” 하고 권유하셨죠. 성당 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바람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감싸고 쓰다듬어주는데, 저도 모르게 “엄마, 여기에 하느님이 계셔!”라고 말했어요. (웃음) 그렇게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당에 다니게 되었어요.


                                                    ▲ 지난해 1월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 Teo 제공


▶어떻게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5살 때였어요. 친척 집에 갔다가 먼지가 뿌옇게 앉은 업라이트피아노를 열고 이것저것 눌러본 게 시작이었어요. 건반이 내려가던 그 감각과 피아노에서 나던 맑고 청아한 소리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절대 그런 소리가 날 수 없는 악기였는데, 아마도 운명적으로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TV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의 선율을 혼자서 찾아냈는데, 그 희열에 완전히 넋이 나갔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지금까지도 그런 느낌으로 건반 앞에 앉아있어요.



▶하느님이 주신 재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왜 그런 재능을 주셨다고 생각하세요?

‘피아노를 작게 만들 수 있다면 끌어안고 자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항상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좌절할 때마다 욕심에 눈이 멀어 가는 자신을 경계하고 꿈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느님께서 저를 꿈을 절박하게 지켜내는 사람과 지켜내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이로 성장시켜주신 것이 은총이라 생각해요. 현실의 벽을 두고 하는 수많은 선택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공감할 수 있게 되었죠. 음악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이에게 벗이 되고자 하는 제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존중’입니다. 존중을 바탕으로 상황과 상대를 마주한다면 누구나 예수님의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존중보다 판단을 먼저 해 버리면서도 ‘누구나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어요. 서로가 한 호흡만 쉬어가며 편견과 판단 없이 상대를 바라봐줄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평화로운 개개인의 삶이 되고 나아가 상처를 주고받을 일이 줄어드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련을 겪을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요?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끔씩 꼭 안아주면서 하는 말씀이 있어요. “내 보석, 내 다이아몬드, 내 루비, 내 사파이어….”(웃음) 그렇게 사랑받고 있는 아들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되뇌곤 했어요. 그리고 그 사랑이 저를 통해 다른 아픈 누군가에게 기댈 곳이 되어 주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하는 거죠. 그렇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한 단계 더 성숙한 사람, 발전한 전문가가 되어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요.


▲ 지난해 1월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 Teo 제공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준 성경 말씀이 있다면?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태 22, 37) 내가 내는 한 음 한 음이 하느님이고, 지금 나와 함께하는 이가 하느님이고, 무대를 함께 만드는 이들이 하느님이며, 객석을 채운 관객이 하느님이라 생각하며 ‘나는 과연 하느님을 내 마음과 목숨과 정신을 다하여 사랑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요. 많이 부족하지만 늘 이렇게 고민하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방법이나 비결이 있다면?

매일 아침 오늘 꼭 해낼 수 있는 쉽고 작은 목표를 세워요.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칭찬 3가지씩 해주기’, ‘연습 끝나고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 말해주기’, ‘기분 나쁜 일이 생겼을 때 호탕하게 웃기’, ‘책을 10페이지 읽기’, ‘오늘은 어제보다 1㎞ 더 뛰기’ 등이에요. 작은 성취를 매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기적이다’라고 느꼈던 체험이 있다면?

2012년 사순 시기 어느 금요일이었어요.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사순 시기인데 십자가의 길을 한 번은 해야지”하는 부모님 말씀에 성당으로 따라나섰죠. 십자가의 길 내내 멍하니 있었다가 딴생각에 빠졌어요. 그런데 갑자기 십자가를 향해 경배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제가 골고타 언덕에 서 있는 거예요. 예수님께서 피를 흘리시는 십자가 바로 밑에 제가 있었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현실과 중첩돼서 보였어요. 환시를 본 거예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핸드폰에 글을 적었어요. 그 글은 수정 없이 2013년에 발매한 성가 앨범 ‘고백’에 실린 ‘구원’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되었어요. 다시없는 특별한 체험이었죠.



▶앞으로의 에드윈 킴의 꿈이 있다면?


저와 같이 자신의 분야에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헌신하는 전문가를 모아 커뮤니티를 만드는 거예요. 기술이 인간의 완벽을 대신하는 시대에서 그들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로 세상을 ‘사람 냄새’로 흔들기를 바라요. ‘주님의 숨결’이 담긴 콘텐츠가 조금 덜 싸우고 함께 지켜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해요.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