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만남의 접촉 줄고, 온라인 접속 늘고
코로나19 시대가 3년 차로 접어들면서 교회와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어내야 했다. 모임 문화와 소비 형태는 물론 종교와 신앙생활 방식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팬데믹의 터널 속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끊어야 했고, 홀로 혹은 가족끼리 지내는 일상에 익숙해져야 했다. 대면 만남은 줄고, 온라인 접속은 늘었다.
2020년 2월 27일 한국 천주교회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본당의 공동체 미사를 중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교구마다 방역 지침에 따라 미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주일에 함께 모여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한 주일간의 삶을 성사를 통해 봉헌했던 신앙 공동체의 현장이 사라졌다. 미사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경청하고 성체 성사로 영적 양식을 나누며 신앙적으로 성숙해지는 공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본당 사목자들은 텅 빈 성당에서 홀로 미사를 봉헌했다. 감염의 위험으로 성당에 가지 못한 신자들은 CPBC TV나 각 본당에서 생중계하는 온라인 미사로 신앙의 갈증을 해소했다.
본당 소공동체는 물론 예비신자 교리와 첫영성체 교리, 혼인교리 등 교회의 다양한 교육 및 피정 프로그램도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코로나19로 방송 미사가 활성화되고 유튜브에는 전에 없던 다양한 가톨릭 콘텐츠들이 생겨났다. 회합실에서 모여 기도하고 활동했던 신자들은 각자 집에서 줌이나 그룹톡을 통해 화면으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ME 주말과 레지오 마리애 주 회합, 가톨릭청년성서모임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고, 포콜라레 운동의 연중행사인 마리아폴리도 줌으로 열렸다. 교구 위원회별 모임을 비롯해 신심 단체 모임, 성소 모임은 중단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주일학교는 긴 방학을 맞았다.
대면과 비대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신자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시장상인 이선희ㆍ이영희씨
“코로나19 기간에 모임이 활성화도 안 되고,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청계시장(준)본당의 신자 평균 연령대는 70대예요. 감염 위험 때문에 신자가 40% 이상 줄었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예비신자가 한 명도 없었고, 세례식도 없었죠. 원래 신앙이 시들했던 신자들은 죄책감 없이 성당에 안 나오게 됐고요.”
청계시장에서 도매업을 하는 자매 이선희(로사)ㆍ이영희(로사리아)씨는 “시장 신자들은 삶의 현장에서 장사하고 신앙생활도 하기에 코로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영희씨는 “실제로 장사를 그만둔 사람도 많다”면서 “장사가 안되는 상황에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본당에는 거의 봉사자만 남은 상황이고, 예전처럼 신앙생활이 활발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며 “이제는 소규모라도 더 친밀하게 깊은 신앙을 나누는 공동체로 발돋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신앙을 물려주고 싶은 아버지 최한균씨
일곱 살된 딸을 키우는 최한균(스테파노, 인천교구 중3동본당)씨는 “오랜만에 아이와 미사에 참여했는데, 아이의 반응이 ‘왜 안 가던 곳을 와야 하느냐’는 것이었다”며 “다섯 살 때까지 그렇게 열심히 미사에 갔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니 지금까지 해온 신앙생활이 허무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방송 미사는 미사에 참여한다기보다 아이에게 TV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신앙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 노력이 끊긴 느낌” 이라고 말했다. 결혼할 때 세례받은 아내는 매주 마트는 가도 성당에 가는 건 머뭇거리며 그에게 ‘이렇게까지 신앙생활을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혹시라도 감염될까 싶어 집에서 아침 기도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새삼 ‘종교도 서비스업’이라고 했던 한 신부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미사에 가지 못하는 영유아들이 일상에서 재미있게 ‘예수님’과 ‘하느님’을 느끼고 이런 단어가 익숙해지게 다양한 영상이나 노래가 제공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요.”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 오지연씨
서울 돈암동본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 오지연(레아, 21)씨는 “교사들도 모두 코로나19를 처음 겪다 보니 초반엔 방황을 많이 했다”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성당을 많이 기억할 수 있게 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본당 초등부 주일학교는 네이버 밴드 등을 활용해 전례주기에 맞춰 비대면 활동과 이벤트를 다양하게 준비했다. 대면 미사가 있을 때면 이벤트 시상을 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성당이 즐거운 곳’이라는 기억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오씨는 “교사들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자모회 어머니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코로나19로 신부님 수녀님 교사단 자모회 결속이 강화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비대면이 대면을 대체할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본당은 2일 인근 수도원에서 초등부 주일학교 아이들과 야외 미사를 봉헌했다. 신나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힘이 난 오씨는 “이제 여름 캠프도 준비하면서 대면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당 노인분과장 김원자씨
“코로나를 겪었던 2년 동안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어르신들이 워낙 고령이어서 성당에 나오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니까 미사에도 몇 명 못 나오셨죠. 가끔 어르신들이 전화하세요. ‘선생님, 뭐 하세요? 외로워요’ 하면서요.”
서울 대림동본당 노인분과장 김원자(가타리나, 66)씨는 “방역 지침이 완화됐어도 어르신들은 예전처럼 평일 미사에 많이 못 나오신다”며 “손주를 돌봐주는 어르신들은 아예 못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 지난해부터 소규모로 전례 조각초를 만드는 모임을 운영했다. 수강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말은 하지 않고, 강사가 알려주는 방법을 눈으로 배우고 각자 집에서 초를 만들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이 지난 후 전시회를 하고, 판매 수익금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돕기로 했다. 비대면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을 대상으론 온라인을 활용하기 어려웠다. 김씨는 “바깥 활동을 못 하는 어르신들이 몸도 마음도 많이 위축된 상태”라면서 “앞으로 어르신들껜 가벼운 신체 활동을 곁들인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