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세례를 받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청년 때 샤를르 달레 신부님이 쓴 「조선 천주교회사」를 읽고 큰 감동을 하였어요. 천주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생명을 버리는 박해의 시기를 전 모르고 있었는데, 그 책을 통해서 감동을 지니고 있었어요. 어떻게 세례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던 저에게 동화작가인 친형님 같은 故 정채봉씨가 저를 인도해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오셨던 1984년 성탄절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신앙과 시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신앙은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라 할 수 있는데 시는 인간과 사물, 그 사물의 현상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의 본질인 하느님의 절대적 사랑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시를 쓰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시는 인간에게서 하느님의 절대적 사랑을 찾고 구현하는 문학적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는 신자는 못됩니다.(웃음)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있으신지요?
“화가 나더라도 죄는 짓지 마십시오.” “해가 질 때까지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에페 4,26)”,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묵시 2,4)”에서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는 말씀입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처음 사랑을 잃어버리고 헤매고 다니는 저 자신을 볼 때 얼마나 귀한 말씀인가 생각됩니다.
▶인생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두 가지로 말씀드린다면 첫째는 방향이 속도보다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인내라고 생각해요. 참고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결국 참고 견디는 겁니다. 견딤의 힘이 없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윤동주의 ‘서시’입니다. 이 시에는 왜 시인이 시를 써야 하는지 분명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 시 중에는 1982년에 쓴 ‘서울의 예수’입니다. 청년 예수가 이 시대에 서울에 왔다면 어떠한 삶을 살며 무슨 말씀을 하실 것인가 하는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앞으로의 꿈을 묻는 말에 정 시인은 “계속 시를 써야 시인이고 그리고 그 시가 다른 사람의 삶에 큰 위로와 위안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큰 봉사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으로 노력하는 것이 세상을 위한 봉사고 헌신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은 분명히 희망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와 헤어져 명동성당 계단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시인의 뒷모습을 보며 저렇게 50년간을 인고의 세월을 말없이 걸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참 아름다웠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