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 김준수 신부
“MZ세대도 진리 체험할 수 있게 다가가야”
같은 ‘카리스마(은사)’를 공유하고, ‘공동 협력’을 통해 기도 속에서 ‘완덕의 길’을 함께 걸어간다. ‘완전한 사랑’(Perfectae Caritatis)을 향해 함께 걷는 그 여정은 얼마나 기쁠까?
형제들, 혹은 형제자매들이 축성생활을 하는 이들은 꽤 많지만, 같은 가족수도회에서 찾아보려면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김준수 수사신부와 김수진 수녀는 남매 사이다. 이들은 설립자도 오웅진 신부로 같고, 카리스마도 같은 가족 수도회인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자매회에서 그리스도를 따라 산다.
오빠인 김준수 신부는 사제품을 받은 지 채 한 달이 안 됐다. 첫 소임인 성소 담당도 지난해 1월 부제품을 받으면서 시작했다. 소임 첫해인 지난해 역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았기에, 그는 온라인 성소 계발로 활로를 찾았다.
먼저 꽃동네의 유튜브 채널 ‘꽃TV’에 ‘갓톡’(GOD-TALK)을 개설,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만 되면, 자매회 성소 담당 수녀들과 함께 젊은이들과의 비대면 만남에 심혈을 기울였다. 꽃동네 가족들의 소식은 물론 설립자 신부의 말씀, 꽃동네 수사, 수녀들의 편지, 젊은이들의 상담이나 기도 요청·찬미까지, ‘보이는 라디오’ 방식으로 편성해 내보냈다. 누가 들을까 싶었지만, 실시간으로 100여 명, 방송이 끝난 뒤에도 듣는 누적 인원이 1000여 명이나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엔 의정부교구 원흥동본당의 요청을 받아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 줌(Zoom)을 통해 원흥동본당 젊은이들과 필리핀 꽃동네 아이들을 연결, 비대면 줌 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만남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제주 한달살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꽃동네 한달살기’를 시도, 시설 입소 뒤 1주일은 격리기간으로 정해 꽃동네 영성 심화피정을 하고, 또 다시 코로나19 검사를 한 뒤 나머지 기간에 봉사를 하도록 했다.
1년간의 성소 담당 사도직을 통해 김 신부는 느낀 게 많다.
“젊은이들이 없다고들 하는데, 젊은이들이 없는 게 아니에요. 젊은이들은 있어요, 그들에게 진리를 체험할 기회가 주어지느냐가 관건이죠. MZ세대라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체험과 깨달음을 갖도록 해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성소를 느끼고 수도회에 들어오는 걸 봤어요. 지난 12월에도 그렇게 한달살기를 체험한 봉사자가 입회했다는 게 그 열매입니다.”

동생 김수진 수녀
“승진 앞두고 오빠 종신서원 때 회심 체험”
동생 김수진 수녀는 전주대 토목환경공학과 출신으로, 졸업 뒤 8년간 수도권 소재 회사에서 토목설계직 일을 하며 수도 성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길을 걸었다. 그러던 그가 해외 파견과 승진을 열흘 앞두고 돌연 사직서를 내고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에 입회했다. 그의 입회는 오빠의 ‘보이지 않는’ 모범이 작용했고, 특히 2019년 2월 오빠의 종신서원식에 함께하며 회심을 체험했다.
“오빠의 종신서원을 보며 제 마음이 크게 일렁였어요.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고, 몸이 떨렸어요. 내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설계할지, 내 비전은 뭔지 자문자답했지요. 그러다가 2019년 3월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에서 주관하는 ‘꽃무리 피정’에 참여하게 됐는데, 피정 중에 ‘내가 아무리 예수님께 등을 돌려도 예수님께서는 저를 한없이 가난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계셨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저는 지금까지 가난한 이들, 작은 이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고, 그제야 예수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할 수 있었어요.”
2019년 4월 입회한 뒤 김 수녀는 지ㆍ청원기를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수련 중이다. 이제 막 ‘법정 수련’을 마무리하고 꽃동네 가족들에 대한 사도직 체험인 ‘활동 관상’을 앞두고 있다.
동생 수녀는 “제 모든 시간을 주님께 바친다는 마음으로 일상을 지내는 것이 큰 기쁨이라는 걸 요즘 더 절실하게 느낀다”며 “특히 공동기도 시간을 통해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모아 기도를 높이 올려드리는 기쁨은 이루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충만한 기쁨을 준다”고 고백한다. 이어 “날마다 새로운 나날이 펼쳐지는 수도 여정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매일 주님께 의탁하고 하느님 뜻에 순명하며 배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영성, 기도 안에 만나 서로 힘이 돼
남매는 오빠가 1987년생, 동생이 1991년생으로 네 살 차이밖에 안 되지만, 오빠의 수도생활이 훨씬 더 길다. 2011년 가톨릭꽃동네대 3학년 때 총학생회장을 하고 나서 그해 12월 입회했기 때문이다. 벌써 수도생활 11년 차다.
“다들 총학생회장하면, 운동권 아니면 비운동권으로 구분하잖아요. 전 이게 못마땅해서 사랑 운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천하려고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원래 제 꿈은 행복발전소를 세우는 것이어서 학생들이 행복한 대학생활을 해주게 하고 싶었는데, 제 힘으로만 하다 보니 힘에 부쳤어요. 그래서 꽃동네를 찾아가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1년간 하느님 사랑에 미쳐 살았어요. 그러고 나니 앞으로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아예 꽃동네에서 살기로 했어요. 입회식을 엿새 앞두고 2011년 12월 2일에 입회를 결정하고 부모님(김경상 프란치스코, 강영순 클라라)께 전화 통화만 드리고 곧바로 꽃동네로 들어왔어요.”
동생 수녀는 그렇게 먼저 입회한 오빠 신부를 “멋진 오빠이자 예쁜 언니, 장난꾸러기 친구, 때로는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처럼 여겼다”고 기억했다. 남매 수도자의 정이 얼마나 돈독했는지, 자라면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한다.
입회하고 나니 남매 수도자로 함께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힘이 된다고 한다. 물론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미사 때 외에는 거의 없다. 하지만 마스크를 쓴 채 멀리서 봐도 서로 몸 상태가 어떤지, 얼마나 기쁘게 사는지 다 안다. “무엇보다도 같은 카리스마(은사), 같은 영성으로 기도 안에서 만난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게 두 수도자의 고백이다. 동생 수녀는 “‘거저 받았으니 거주 주는’(마태 10,8) 겸손한 꽃동네 수사신부가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고, 오빠 신부는 “동생 수녀가 더 철저히 양성을 받아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행복한 꽃동네 수녀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