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영성생활

[사도직현장에서] 우리 모두에겐 친구가 필요한가 봅니다

참 빛 사랑 2022. 1. 12. 20:31

박원재 신부(마리스텔라 실버타운 원장 겸 마리스텔라 준본당 주임)

▲ 박원재 신부
 
 

며칠 전,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 한 분이 집무실로 찾아오셨습니다. 저와 긴히 할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면서 말이지요.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일까?’ 많은 긴장을 한 채로 대화에 임했습니다.

제가 직접 차도 타 드리며 “편하게 말씀하시라”고 하니, 그분은 “신부님이 타준 차라서 황송해서 못 마시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6·25전쟁 때 통역장교로 근무했고, 저도 군종장교로 근무했으니 “우리는 같은 장교 동지”라며 “앞으로 가깝게 지내면 좋겠다”고 말씀했습니다. 저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가끔 식사도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든 찾아오시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던 중, 할아버지가 대뜸 저보고 미국에 가보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못 가봤다고 했더니, 왜 못 가봤느냐고 되묻으십니다. 비행기 삯도 없고, 시간도 없다 대답했더니 “신부가 왜 돈이 없느냐”며 “명동성당에라도 가서 모금 비슷한 걸 해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곧 말도 안 되는 말을 계속해서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자체가 우스워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러다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난 뒤, 급히 떠날 채비를 하며 말씀했습니다. “우리는 군 동기”라고요. 90대인 할아버지와 아직 30대인 제가 동기라니….

어떻게든 말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자 스무고개처럼 계속 질문을 이어 나가셨던 할아버지. 그분을 보며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외로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는 모두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편히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고, 또 그런 친구를 두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단계적 일상회복 때문에 사람들과의 대화, 즉 ‘토킹 어바웃’이 힘든 시기입니다. 할아버지에게 마음 맞는 이야기 동지와 친구가 많이 생겨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재미를 계속 느끼시기를 항상 기도합니다.



박원재 신부(마리스텔라 실버타운 원장 겸 마리스텔라 준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