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 신부(마리스텔라 실버타운 원장 겸 마리스텔라 준본당 주임)

작년 가을 마리스텔라에 입소해 사시던 어머님 한 분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됐습니다. 그분은 바로 인근 국제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사고소식을 보고받은 제가 병원에 가자 따님과 함께 계셨던 어머님은 편찮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벌떡 일어나 “신부님이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바쁘신데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분 손을 꼭 잡아 드리며 “기운 내세요. 일단 오늘은 쉬시고,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마음을 안정시켜드렸습니다. 그 후 어머님이 안정을 잘 취한다는 보고를 받고 주말 안에 찾아뵈려 했지만, 바쁜 일이 겹쳐 가지 못했습니다. 월요일도 정신없이 업무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됐습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찾아봬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퇴근했고, 화요일 오전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어머님이 새벽에 돌아가셨다고 말이지요. 순간 제 머릿속을 지배한 것은 제가 했던 ‘다음에 또 올게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은 메아리처럼 계속 맴돌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송스런 마음은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그 어머님은 제가 이곳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돌아가신 첫 사례이자 마음의 죄송함이 크게 남은 입소자입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마르 13,31; 루카 21,33)
요즘 ‘나의 본분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되풀이합니다. 세상 사람과 어울려 살며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여러 능력을 갖추고 계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정말 가슴 속에 지니면서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중에서도 ‘이웃사랑’을 전파하고 실천하는 것이 제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지녀야 할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업무가 바쁘더라도 사제인데, 한 번 더 가서 손잡아드렸으면 어땠을까? 기도를 해드렸으면 어땠을까? 장례 미사를 정성 들여 해드렸음에도 사제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과 미처 다시 잡아드리지 못한 손이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마리스텔라 실버타운 원장 겸 마리스텔라 준본당 주임 박원재(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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