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제 신부(서울대교구 청소년국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 서울A지T)

얼마 전 있었던 일입니다. 가끔 밤 10시 넘어 전화가 옵니다. 이런 경우 부모의 폭력을 못 이기고 무작정 집을 나와 도망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날도 버스에 오던 청소년이 자기 친구가 아버지의 폭력으로 도망쳐 나왔다고 하면서 데리고 왔습니다. 머리 한쪽이 삭발과 다름없이 깎여 있었고, 얼굴에 멍 자국도 있었습니다. 갈비뼈 쪽이 아픈지 옆구리도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학대를 신고해야 할 법적의무가 있는 기관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은 후 이 친구의 동의를 얻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검사 후 이 친구를 청소년 쉼터에 연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청소년이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일입니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원하는 것을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주며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어른을 만나면 방황의 시간이 그만큼 빨리 줄어듭니다.
이런 일은 1년 중 몇 차례씩 있고 실제로 사무실로도 전화가 옵니다. 하지만 친구가 직접 데리고 올 때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친구가 가정폭력과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을 겪고 방황하는데 이런 친구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0대의 가장 좋은 안내자이자 선교사는 또래 친구입니다. 따라오는 친구도 믿음을 갖고 마음을 쉽게 엽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동ㆍ청소년 문제 대부분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현장에 있다 보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사목을 하기 전 ‘분명 청소년의 비행은 어른들 탓일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그렇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은 ‘가장 작은 단위의 교회’이며,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을 처음으로 체험하게 되는 공간입니다. 가정에서 그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제대로 하지 않는 부모를 만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자녀는 세상에서 지옥을 체험하게 됩니다. 가정의 성화가 바로 인생에서 참사랑과 평화, 기쁨을 충만히 누려 생명의 문화가 꽃피게 되는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모든 가정을 축복하시고 치유하시며 사랑이 넘치게 하소서!
가톨릭청소년이동쉼터 서울A지T(아지트) 은성제(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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