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호 신부(꼰솔라따 선교수도회 아시아관구 본원장)

▲ 한경호 신부
주님의 평화와 위로를 빕니다. ‘주일 아침이다. 어서 일어나야지, 7시야! 빨리 성당 가야 한다. 어서!’ 어머니께서 귓가에 울리는 자명종 소리처럼 저를 깨우십니다. 예비 신자 교리교육을 받던 사춘기 중학생 때 매 주일 일어났던 일입니다. 천주교 신자가 되기 위해서는 교리를 배우고 세례성사를 받아야 합니다. 신자가 된 후, 예비 신자 때와 가장 큰 차이는 성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미사에 참여하여 성체를 모시는 성체성사는 큰 은총입니다.
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유독 이탈리아는 가톨릭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국민의 대부분이 태어나고 얼마 후 유아세례를 받습니다. 저는 이탈리아의 어느 본당에서 2년간 매 주일 교리 교육과 병자 영성체를 해줬습니다. 또한, 주일 교중 미사 후에는 다섯 가정을 방문해 기도하고 병자 영성체를 해드렸습니다. 바쁜 일정이었지요. 그분들은 제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주님을 모실 준비를 하셨습니다. 그 가운데 데레사 할머니께서는 제가 도착하는 그 시간에 방송 미사를 보고 계셨지요. 데레사 할머니는 ‘왜 이 시간에 오느냐’며 ‘지금은 미사 중이니 좀 있다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방송 미사가 더 중요한 건가, 아니면 성체를 모시는 일이 더 중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할머니 입장에서는 방송 미사가 중요한 게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병자 영성체를 해주러 온 저로서는 성체를 영할 수 있는 지금이 더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됐습니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여러 본당에서는 신자들에게 방송 미사에 참여하고, 성체는 성당에 와서 모실 수 있게 합니다. 코로나 이후의 변화된 교회의 모습입니다. 성사는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일입니다. 세상일에 힘든 이런 때일수록 성체에 더 가까이 나아가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한경호 신부(꼰솔라따 선교수도회 아시아관구 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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