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영성생활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53)부모와 어른이 (하)

참 빛 사랑 2020. 12. 23. 21:04



서울에 사는 요한은 추석 명절을 맞아 가족과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어머니 마리아는 외아들과 손주들을 만나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요한은 농부인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 사이의 외아들로 한 번도 부모님 명을 거스르지 않은 착한 아들이었다.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해 서울의 명문대학에 들어가 남들이 선망하는 공직에 오르는 등 마을에서도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이런 아들이 귀성길에 오르니 마리아는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었다. 아들을 위해 경작한 각종 곡식과 채소, 남은 명절 음식들을 챙겨 차에 실어주면서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아들~ 떡과 과일을 챙겨 놓았으니 올라가는 길에 출출하면 애들하고 꺼내먹으렴. 혹시 체할 수도 있으니 너무 급하게 먹지 말고 보온병에 넣은 따뜻한 홍삼차를 같이 마시면서 먹어야 해. 그리고 아침 뉴스에 보니 교통이 많이 막힌다는데 걱정이네. 좀 더 집에서 쉬고 막히지 않을 때 올라가면 좋으련만. 바쁘니까 더 붙잡고 싶어도 할 수 없지 뭐…. 차가 막히면 졸릴 수 있으니 절대 졸음운전 해서는 안 된다! 알았지? 졸리면 꼭 갓길에 차 세우고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해. 무리하면 안 된다. 차에서 가족들과 함께 묵주기도 하는 거 잊지 말고!”

그런데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리아는 아들의 불만과 짜증이 섞인 고함을 듣게 되었다.

“어머니 이제 고만 좀 하세요. 저도 다 큰 어른인데 어련히 알아서 하겠습니까? 좀 마음 편하게 보내주시면 안 됩니까? 항상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셔야 하나요?”

아들이 걱정되어 몇 마디 당부의 말을 했을 뿐인데 아들이 이런 충격적인 폭언을 하다니. 마리아는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아들의 막말을 듣고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마리아는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아들을 다시 보게 되었으나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들이 왜 자신에게 화를 냈는지, 그 착한 아들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요한은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기회라 생각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모가 들려주는 말이 자신을 사랑해서 해 주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고마운 마음보다는 짜증과 분노가 생기는 것이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에 화가 올라온다는 말에 마리아는 황망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요한이 부모에게 이렇듯 화가 난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메시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앞서 언급한 아들을 신뢰하는 부모의 말을 의미한다. 물론 마리아가 요한을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염려와 걱정, 즉 노파심은 모든 부모의 보편적인 마음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자녀가 성인으로서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듣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모의 모든 관심과 사랑은 한낱 잔소리에 그치게 되며, 자녀는 부모의 노파심을 아직 자신을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요한아~ 엄마는 항상 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며 신앙생활 잘하리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부모 걱정 시키지 않고 잘 살아왔으니 어련히 잘하고 살지 않겠니? 엄마가 항상 기도하고 있으니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낼 거라고 믿는다. 안전운전해서 잘 들어가고 도착하면 전화 한 통 해주렴!”

이처럼 걱정과 염려를 담고 있지만, 아들을 인정해 주는 말을 듣게 됐다면 요한의 마음은 달라졌을 것이다. 믿음과 희망을 담아 당부하는 부모의 말 속에는 자녀를 온전한 성인으로 인정해 주는 메시지가 숨어있다. 이쯤 되면 어른이들과 소통하기 어려운 부모들이 이렇게 한탄할 만하다. “참, 부모 노릇을 하기 어렵구먼!”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