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영성생활

[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45)만남을 피하는 사람과 겉으로 만나는 사람(중)

참 빛 사랑 2020. 10. 28. 20:32

 


베로니카와 같이 대인관계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은 선천적으로 민감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15~20% 정도가 타고난 민감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인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억압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문제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억압된 스트레스가 터져 나와 오히려 갈등이 발생하기 쉽다.

선천적인 민감성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삶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민감성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어떻게 감내하고 조절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신의 민감성은 자연히 사람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은 욕구로 이어진다. 따라서 베로니카와 같이 대인관계를 벗어나고 싶은 ‘회피형’ 성격은 또다시 두 갈래의 유형으로 변화해 간다. 첫 번째 유형은 사람과의 만남을 별 볼 일 없는 일로 치부하는 ‘경시형’이고, 두 번째 유형은 사람과의 만남에 두려움을 갖는 ‘불안형’이다.

경시형은 관계에 대한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으면서 혼자 외로움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고독을 즐긴다. 타인의 의견을 듣기보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판단함으로써 점차로 타인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자연적으로 삶의 허무함을 체험한다. “인간은 어차피 혼자다” “인간관계를 위해 쓰는 시간과 노력이 의미 없다” “세상에는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비관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사람과의 만남 자체를 경시하면서 회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불행한 인간관계를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불안형은 관계에 대한 욕구도 높고 그 가치도 인정하지만 만남을 통해 생겨나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한다. 대인공포증을 겪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유형에 속하게 되는데 자신감과 자존감의 결핍이 중요한 원인으로 등장한다. 타인으로부터 비판받기 어렵고 타인에 의해 쉽게 상처를 받기 때문에 “세상에 나처럼 바보 같은 인간을 좋아해 줄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스스로 사람들로부터 벗어난다.

베로니카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난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외롭고 쓸쓸한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만일 경시형이라면, 베로니카는 점심 메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기적이었던 친구들에게 또다시 인간에 대한 실망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베로니카가 불안형에 해당한다면 자신이 친구들의 결정에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혹은 점심 메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그렇게 느끼지 않는데 자신만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이 친구들에게 드러날까 두려워서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고 볼 수 있다.

사람과의 만남이 원만하지 못하면 자연히 하느님과의 만남도 어려워진다.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원인을 타인에게 전가하면 경시형 회피가 생겨나고, 그 원인을 자신의 문제로 돌리면 불안형 회피가 발생한다. 경시형 회피는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의미를 경시할 수 있다. 사람에게서 참된 만남을 체험하지 못했기에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불안형 회피는 하느님 앞에 겸손되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늘 부족하고 죄인인 자신이 하느님 앞에 나타난다는 것이 마치 사람들 앞에 서는 것과 같은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계속>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