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지 않나요?
한국 순교성인들을 생각하면 늘 궁금했습니다. 무엇이 목숨을 바칠 만큼 성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는지? 교리문답을 배웠다고 해서 그것이 순교로 이어질 만큼 큰 진리였는지요? 그런데 교인들 사이에 필사본으로 전해져 내려온 『성경직해광익』이란 책을 통해 그 중심에 말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그 당시 필사본은 구분 없이 『성경직해광익』라고 불렸는데요, 『성경직해』가 활판본으로 나오기까지 100년 동안 교우들의 신앙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성경직해』는 주일 전례말씀을, 『성경광익(聖經廣益)』은 성서의 생활화와 실천을 위주로 하여 마땅히 행하여야 할 덕목인 묵상과 힘써야 할 기도를 담았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성경과 잠(箴)을 취한 거지요.
신유박해 때 천주교인들을 처형한 뒤 교인에게서 압수한 교회서적을 불사르고 그 목록을 정리한 『사학징의(邪學懲義)』가 있는데요, 거기에 보면 한글본 『성경직해』 4권, 『성경광익』 1권 등의 기록이 나옵니다. 신자들이 말씀을 중심에 두고 기도와 덕행에 힘썼음을 추측하게 되죠. 그리고 성인들이 남긴 서한을 보면 말씀으로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격려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그렇습니다! 말씀 없이는 순교가 불가능합니다. 요즘은 원하면 얼마든지 말씀을 접할 수 있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죠. 그러한 교우들을 위해 『주님과 함께』 말씀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책상 위나 컴퓨터 위에 달력을 펼쳐 놓고 자주 말씀을 접하고, 매일 한 구절이라도 음미하도록 매년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 말씀이 심장을 꿰뚫고 골수를 꿰뚫어 삶의 변화를 가져오리란 희망을 품고 기도합니다. 세상의 가치관과 그리스도교적인 가치관이 충돌할 때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거슬러 살아야 하겠지요. 말씀을 통해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오늘날 순교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