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랑

"사랑의 신앙" , " 믿음과 진리를 "추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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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평화칼럼] 하나 더 보태지길

박사후연구원으로 파리에 머물던 십수 년 전, 가끔 시간 되면 연구소로 출근하는 길목에 자리한 성당을 들르곤 했다. 평소보다 일찍 나온 바람에 미사 시작에 앞서 도착했던 어느 아침이었다. 문을 밀고 들어서니 교구 신부님들이 아침기도(laudes)를 시작하시려던 참이었다. 뒤편에 엉거주춤 선 내게 한 신부님이 다가와 뭐라 뭐라 하셨다. 이 책 보며 함께 기도하겠느냐 권하시는 것까진 이해했으나 이어진 문장은 짧은 불어 실력으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고요한 공기를 가르며 신부님들의 눈길이 일제히 이쪽으로 향했고, 당황한 나는 건네주신 책을 탁 밀쳐내며 “제 불어는 이 문헌을 감당할 만큼에 미처 이르지 못했습니다”라고 ‘영어’로 답했다.‘불어 못합니다’ 정도의 불어는 사실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문..

여론사람들 2024.05.11

[현장 돋보기] 124위 순교 복자 기념일, 대축일로 바꾸자

교계 신문 기자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얼마 전까지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과 복자 기념일이 언제인지 정확한 날짜를 몰랐다. 그나마 취재 덕에 어느 달에 있는지만 어렴풋이 기억할 따름이었다.달라진 계기는 4월 24일 한국교회사연구소 공개대학에서 들은 강의 하나 때문이었다. 이날 강사는 수원교구 성사전담사제 윤민구 신부였다. 1983년 3월 103위 순교 복자 시성 청원인을 맡아 한국의 첫 성인 탄생까지 ‘분골쇄신’한 사제다. 한국 천주교회 240주년과 103위 시성 40주년을 맞아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연단에 선 것이었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귀한 경험담을 들으니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기분마저 들었다.103위 시성은 절대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청원 단계부터 기적을 증명할 자료가 없는 탓에 어려움..

여론사람들 2024.05.11

[시사진단] 지나간 시간의 무게 (박상훈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사고나 전쟁 같은 끔찍한 일은 물론이고, 인생의 고비마다 만나는 이별과 상실의 사건들, 세상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힌 좌절, 돌이킬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슬픔과 회한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지나간 과거는 지금의 삶, 그리고 앞으로 올 시간과 안으로 묶여 있다.‘생각 실험’을 하나 해보자. 예전에 프리드리히 니체가 제안한 것이다. 어느 날 악마가 당신의 가장 깊은 외로움 속으로 몰래 들어와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삶을 무수히 더 살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영원한 회귀’라고 알려진 이 질문은 내가 살아온 삶의 뜻에 대해 물어보는 실험이다. 만약 지금 같은 삶이 무수히 반복된다면, 나는 그 앞에 서서 어떻게 이 시험을 견뎌낼 수 있을까?모든 것이 그저..

여론사람들 2024.05.11

[독자마당] 주님의 빛

영화 ‘선택받은 자’에서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설교하는 장면. OSV주님 당신의 빛으로 저를 비추소서당신의 밝은 영으로저를 이끄소서당신을 향해 나아가는 이 길때론 걸림돌 있을지라도굳건한 디딤돌 삼아행복의 길로 나아가게 하소서당신이 계시기에제가 있고당신 사랑이 있으시기에제가 숨 쉽니다저는 언제나 늘 어디서나당신 곁에 있고 싶습니다주님이 힘들어 보이고아파하실 때제 맘이 가장 아픕니다힘드신 주님 곁에서저도 묵묵히 손잡아 드릴래요사랑이신 주님, 나의 하느님나의 소중한 주님신미경 비아 / 수원교구 범계본당

여론사람들 2024.05.11

[신앙단상]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김혜진 베로니카,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언니, 공연 잘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힘내세요!” 아침 일찍부터 휴대전화 톡방이 울렸습니다. 대학교 때부터 같은 본당과 청년성서모임에서 함께해 온 동생 율리안나가 응원 메시지와 함께 그날의 복음 말씀을 전해 왔습니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루카 6,38) 올해 초 부산 청소년자립지원관 청소년들을 위한 기부 공연을 준비하면서 모금 활동에 어려움을 겪던 저에게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라는 구절이 유독 눈길을 끌었고 자연스럽게 마음에 새겨졌습니다.뜻이 통하는 지인들과 2008년부터 ‘아름다운 사람들의 따뜻한 만남’이란 이름으로 격년에 한 번씩 ..

여론사람들 2024.05.11

입양아들의 ‘한국 이모’, 함께 울고 웃는 사랑의 통역사

유연실 통·번역사는 입양 통역에 대해 "사랑과 책임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현재 우리나라는 사실상 낙태죄 폐지 상태로, 음지에서 수많은 태아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임신과 출산 자체를 모두가 지극한 사랑의 행위로 더욱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태어났지만 여러 이유로 부모의 손을 떠나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까지 4년간 유기된 아동은 매년 평균 150여 명에 이른다. ‘고아’, ‘요보호아동’ 등 이들을 칭하는 단어는 다양하지만, 가장 적절한 말은 ‘지켜진 아이들’이 아닐까. 생명 주일(5일)을 맞아 지켜진 아이들의 ‘한국 이모’ 역할을 해온 유연실(젬마) 입양 통·번역사를 만났다.“입양된 아이들을 흔히 ‘가슴으로 낳았다’고 표현하죠. 아이를 처음 만나는 날, 발을..

여론사람들 2024.05.11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위한 업무협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전경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손해보험협회와 중증질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 기관은 경제적 어려움과 투병의 이중고를 겪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중증환자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해 원활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이번 지원 대상은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신청을 받아 병원 내 자선환자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선정된다. 총 7000만 원 규모로, 1인당 최대 500만 원의 의료비를 지원한다.서울성모병원은 2021년부터 손해보험협회와 코로나19 피해 저소득층 및 중증·희귀 난치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 대상 의료비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약 2억 원 규모의 의료비를 지원했..

여론사람들 2024.05.11

청소년 사목 뿌리부터… 부부 중심 가정 사목 활성화 노력

2024년 하단지구 중고등부 개강미사에 함께한 임성환 신부와 펑소년신자들. 임성환 신부 제공 부산교구 하단지구 청소년·청년 신자와 함께한 임성환(맨 오른쪽) 신부. 임성환 신부 제공청소년·청년 사목을 위해 ‘가정 사목’에 힘쓰고 있는 사제가 있다. 부산교구 첫 지구단위 청소년 사목 전담 사제 임성환(하단지구 청소년 사목 전담) 신부다. 임 신부가 젊은이들을 만난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청년 사목 활성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선 것이다. 임 신부의 청소년·청년 사목 이야기를 들어봤다.“청소년·청년이 공동체로 돌아오려면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느껴야 합니다. 그 출발은 가정의 부부가 서로를 대하는 모습에서 비롯된다는 데 착안해 ‘부부 중심 가정 교육’을 계획해 실행 중입니다. 이를 통해 젊은..

여론사람들 2024.05.11

교회 두 기관, 청소년 사목 등 다양한 과제 연구 위해 협력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가운데) 신부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최영군 신부와 연구원들이 업무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햇살사목센터(소장 조재연 신부)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최영균 신부)가 가톨릭교회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모색하고 협력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햇살사목센터는 4월 26일 서울 종로구 혜화로 사무실에서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첫 단기 목표로 2027년 서울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청소년 사목에 대한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는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열기로 했다. 아울러 교회 사목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주제를 선정해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정기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조재연 신부는 “교회 안에서 맥이 오래된 한국그리..

여론사람들 2024.05.09

[부음] 부산교구 서공석 신부 선종

4월 27일 선종한 부산교구 서공석(요한 세례자) 신부의 장례 미사가 29일 부산교구 주교좌 남천성당에서 교구장 손삼석 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향년 90세. 서 신부는 미사 후 양산 하늘공원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1934년 대구에서 태어난 서 신부는 1960년 서울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64년 12월 사제품을 받았다. 이어 1965년 파리 가톨릭대를 졸업했고 1968년 2월에는 로마 그레고리안대를 졸업, 그해 3월부터 광주가톨릭대 교수를 지내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 이어 1976년부터 교구 총대리와 메리놀병원장을 지내며 교구 발전에 헌신했고, 1984년 재단학교 담당이사, 1988년 서강대 교수 등을 거쳐 2001년 사직본당 주임을 마지막으로 2004년 10월 사목 일선에서 물러났다. 서 신부는..

여론사람들 2024.05.09

성모 신심 다시 일깨우고 아이들 신심도 키우고

바르톨로메오 에스테반 무리요 작 ‘로사리오의 성모’, 1675~1680년. 성모 성월이면서 가정의 달인 5월이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자 우리 모두의 어머니인 성모님을 더 깊게 묵상할 수 있는 책과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봤다.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철학자, 믿음의 여인을 묵상하다베른하르트 벨테 신부/ 조규홍 옮김가톨릭출판사“은총은 하느님에게서 창조된 우리 인간이 하느님께 마음을 여는 순간 우리에게 주어지며 변화를 일으킨다. 그렇게 교회는 가르친다. 하지만 은총이란 용어는 현대인들에게 어느덧 추상적이며 난해하게 들리는 용어가 되어 버렸다. 도대체 그와 같은 사건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까? 또 어째서 성모님이 은총의 모범적인 인물이 ..

문화출판 2024.05.09

명동대성당 미술품, 아는 만큼 보이네

도슨트가 설명하는 명동대성당 내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해 참가자들이 귀 기울여 듣고 있다.성당 안팎 1시간 동안 둘러보며역사·건축 양식·예술품 등 해설무심코 봤던 작품 새롭게 보여상반기 예약 마감… 인기 실감“가톨릭 미술에 관심이 있었는데, 혼자서 보는 것보다 도슨트분이 설명을 해주시니까 더 좋았어요. 특히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은 표현 기법이 섬세해서 인상적이었어요.”(인천교구 선학동본당 정효숙 마르타씨)“청동문이 기억에 남아요. 작가가 열심히 만들었던 작품이 오랫동안 창고에 있었다니, 예수님의 사랑이 발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되새기면서 저도 치유를 얻고 갑니다.”(서울대교구 돈암동본당 강금비 미카엘라씨)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나서는 사람들에게서 흐뭇한 감상이 쏟아진다. 색다른 전시회라도 ..

문화출판 2024.05.09

[영화의 향기 with CaFF](258·끝) 라스트 버스(The Last Bus, 2023)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하느님에게서 옵니다.“(2코린 5,18)질리스 맥키넌 감독의 ‘라스트 버스’는 스코틀랜드 존 오그로츠에 살고 있는 노년의 주인공 ‘톰’이 1300㎞ 떨어진 랜즈 엔드까지 버스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버스 앞자리에서 장난을 치는 아이,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진 애인 때문에 입대를 고민하는 젊은이, 어머니와의 갈등에 눈물을 흘리는 소녀. 그는 비록 늙고 아픈 몸을 지녔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정비공 직업을 살려 망가진 자동차를 고치고, 종이 개구리를 만들어 아이에게 선물하고, 버스 안에서 히잡을 쓴 여인에게 막말하는 청년을 쫓아내기도 한..

문화출판 2024.05.09

우소영 개인전 ‘받아, 드림’10일까지 갤러리 평화

우소영 작 ‘나의 정원’, 2024.우소영(마리아) 개인전 ‘받아, 드림’이 의정부교구 갤러리 평화에서 10일까지 개최된다. ‘받아, 드림’은 ‘받아들인다’는 동시에 ‘받은 것을 도로 드린다’는 의미로,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만난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는 전시다. 갤러리 평화 부관장이기도 한 우 작가는 “최근 몇 년간 내게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일기와도 같은 전시”라며 “그래서 중구난방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열매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회화·드로잉·일러스트 등 23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문화출판 20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