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요한 6,56) 미사 후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자매 하나가 무슨 말을 하려고 멈칫거립니다. 괜찮다며 말씀하시라 하자 이내 입을 여십니다. 나에게 성체를 받아 모시면 기분이 아주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너무 성의 없이 성체를 분배한다는 겁니다. 청천벽력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불 꺼진 성당에 가 앉았습니다. 성체를 이루는 손이 어찌하여 기분 나쁜 손이 되었을까? 억울하고 한심했습니다. 숙달된 빵 장사 솜씨를 그리도 보여주고 싶었을까? 물건을 전해주고 서둘러 돌아서 갈 길을 가는 택배기사가 아니지 않는가. 성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부족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체를 건네주고 받을 때 사제와 교우들은 ..